은행연합회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피치 뿐만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등 영국계 언론들의 한국 흔들기에 정부는 연일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국의 앨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에게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우리나라 언론인으로서 기자 역시 ‘외국언론들의 한국흔들기’에 화가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피치에 대한 소송은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10년전 환란 당시를 떠올려 보면 그 이유가 자명해진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인 1997년 11월2일 한국은행은 재경원과 협의끝에 10월말 외환보유고가 전달의 304억달러에서 305억달러로 1억달러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외국금융기관은 없었다. 홍콩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지를 비롯 외국 언론들은 즉각 “한국정부가 은행에 예탁해놓은 외화를 은행별로 500만∼5000만달러씩 회수해 외환보유고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펄쩍 뛰었다. 정부는 1997년 11월 10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 3개 언론사가 “한국의 금융위기가 점차 심화돼 조만간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의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위기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11월20일. 60억달러밖에 안남은 한은의 가용 외환보유고로는 모라토리엄 사태를 1주일이상 연장할 수 없음을 판단한 정부는 11월21일 밤 10시 정부세종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떨리는 목소리로 IMF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했다. IMF시대의 도래였다.

이처럼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큰 소리를 뻥뻥쳤다가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외환위기의 교훈, 피치사에 대한 소송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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