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공적자금 전용 등 모랄해저드 드러나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실 기업 추가 지원을 둘러싸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험업체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공적자금으로 투입 받은 '혈세'가 '빚잔치'에 쓰인 것으로 드러나 부실 기업 구제에 대한 반감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금융계 일각은 물론 구제금융을 통과시켜야 할 상원의원들까지 추가 지원 방안에 대해 탐탁치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ㆍ애리조나)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제너럴 모터스(GM)가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상책이 있다면 그것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생존가능한 기업에만 유동성을 지원하고 한계 기업의 경우 퇴출을 유도하는 게 적절하다는 공화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한 은행들도 비난의 화살은 피해가지 못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ㆍ뉴욕)은 NBC 방송의 '언론과 만남'에서 "임원 보수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소비자 대출을 보장하지 않는 한 은행에 대한 추가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 대형 은행들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 다른 은행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미네소타주 소재 지방은행 TCF 파이낸셜의 윌리엄 쿠퍼 최고경영자(CEO)는 "현 상황을 보면 속이 쓰리다"며 "건전한 은행들이 다른 경쟁사들의 과욕이 부른 대가를 대신 치루고 있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시티은행이나 웰스파고 같은 대형 은행이 위기에 처하자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나서 다른 은행들의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데 대한 불만을 토한 것이다.
FDIC는 기금 고갈을 막고 부실 은행들의 예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제공하기 위해 총 270억달러의 보험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들 은행은 "'보너스 잔치'로 대표되는 부실 대형 은행들의 무능력과 욕심에 대한 비용을 왜 우리가 지불해야 하냐"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AIG의 공적자금 전용 소식이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익명의 소식통과 비공개 문건을 인용해 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AIG는 공적자금 1730억달러 가운데 500억달러를 AIG 부실 자산에 노출된 미국 및 해외 대형 금융기관 20여곳에 '재분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런던 금융가의 한 소식통은 "이번 사태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G의 빚잔치 대상에는 메릴린치, 모건 스탠리, 와코비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오바마 정부는 이번 사태로 현재 추진 중인 부실 기업 구제 지원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듯하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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