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와도 별수 없을 걸"

3월 5일 기자(예비군 6년차)는 경기도 인근 예비군 훈련장을 찾았다. 예전 같으면 하루 쉰다는 마음으로 왔겠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국방부가 올해부터 ‘令(영)이 확립된 성과 있는 예비군 훈련’을 목표로 예비군 훈련을 강화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창군 이래 최초로 현역 사단장이 직접 예비군 훈련에 참가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과음 하지 않는 건데...’라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훈련장에 들어섰을 때는 9시35분을 넘은 시각. 쌀쌀한 날씨 탓에 후드티를 껴입고 있었지만 입소시간에 늦은 것도 복장불량인 것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간단한 입소식을 마치고 본 훈련에 들어갔을 때 이미 시계는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처음 간 곳은 향방작계훈련장. 진지구축, 수신호, 포박술 등을 차례차례 배워 나갔지만 예전과 별다를 게 없다. 훈련과제별 측정식 합격제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누구하나 훈련 성과를 기록하는 사람도 없다.

다음 훈련은 서바이벌 장비를 활용한 자유기동식 쌍방훈련이다. 가스총과 헬멧, 보호장구들이 작년과 달리 최신형을 바뀌어 있었다. 놀랍다. 50년전 칼빈소총을 쥐어주던 국방부가 예비군 훈련에 이런 큰 투자를 하다니.

실전감각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이번 훈련은 국방부에서 중점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훈련은 공격팀과 수비팀을 따로 분리해 진행됐고 그나마 페인트탄은 공격팀만 지급됐다. 공격팀은 지급된 10발을 표적에 쏘고 수비팀은 수비 포지션만 잡아 보고 훈련이 끝났다.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데다 예비군들이 통솔이 잘 이뤄지지 않아 훈련시간에 차질이 우려된다”는게 훈련 담당 교관의 설명이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2시간의 안보교육이 진행됐다. 예비군에 대한 설명과 비디오 청취로 구성된 이번 교육에서 태반의 예비군들은 잠들어 있다. 여전한 수면시간.

훈련을 마치고 훈련장을 나오는 기자는 한 부대 관계자의 말을 떠올리며 실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 관계자는 “예비군 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신형 장비를 도입하고 훈련장도 대대적으로 개선했지만 훈련 당사자인 예비군들과 담당 지휘관들이 그동안 느슨했던 훈련 분위기를 너무 당연시 여기기 때문에 분위기를 잡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며 “지금 이 상태에서는 대통령이 와도 예비군을 통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국방부는 2일 예비군 훈련 강화를 위해 훈련 입소시간 준수, 규정된 복장 착용, 훈련 중 휴대폰 사용 통제, 훈련과제별 성과위주의 측정식 합격제 훈련, 서바이벌 장비를 활용한 자유기동식 쌍방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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