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마침내 흙으로 돌아갔다.
 
김 추기경의 하관예절이 진행된 경기도 용인시 서울대교구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는 약 2000명의 추모객들이 운집했다.
 
강한 바람이 부는 영하권의 추운 날씨와 전날 밤 내린 눈이 녹아 일부 질퍽질퍽해진 땅도 김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이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서울 명동대성당을 출발한 운구 차량이 묘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15분.
 
김 추기경의 영정을 든 사제차 차량 앞좌석에 탄 채 검은색 장의 캐딜락이 모습을 드러내자 추모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고성가와 기도 소리는 더욱 커졌다.
 
사제 8명이 운구를 내린 오후 1시30분 정진석 추기경 등 주교단과 유족 대표들이 참석한 하관 예절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정 추기경이 주교관을 쓰고 기도하는 도중 김 추기경의 운구가 등장했다.
 
그 순간 김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한 안타까움의 한을 내뿜 듯 간이천막이 떠나갈 듯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정 추기경이 성수를 뿌린 후 김 추기경의 관이 봉분 앞 거취대에 놓여졌고 묘지관리원 6명이 광목 천으로 운구를 하관하자 추도객들 사이에서는 성가와 흐느끼는 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하관 후 정 추기경이 다시 성수를 뿌렸고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추도객들은 묵주기도를 올렸다.
 
이어 김 추기경의 관임을 표시하는 깃발인 '명정'이 관 위에 올려졌다.
 
붉은 명정에는 '추기경 광산 김공 수환 스테파노 지구'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명정 위에 한지가 놓이고 관을 묻은 뒤 '횡대'로 관을 완전히 막았다.
 
그 위로 흙을 덮을 시간이 되자 봉분 주변으로 주교들이 도열했고, 정 추기경,주교, 유족들, 김 추기경 비서실장, 비서 수녀 등이 차례로 성수를 뿌렸다.
 
삽으로 흙을 뿌리는 의식 역시 같은 순서였다.
 
마지막으로 묘지 관리원들이 봉분의 흙을 완전히 덮은 오후 2시5분 정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단이 퇴장하자 멀리서 하관예절을 지켜보던 추모객들은 각자 준비한 국화를 들고 김 추기경 무덤 앞으로 모여 들었다.
 
홍헤레나(67ㆍ여ㆍ용인 수지)씨는 "명동성당에 가지 못해 (묘지에라도) 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왔다"며 "항상 모범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고 예수님 같이 사신 분인데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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