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투자 설명에 진땀
-투자자, 자통법이 뭔가요?.."펀드 설명 시간 길다" 투덜
"자통법이 뭔지도 몰러. 난 그냥 펀드 하나 가입할라고 왔는디 뭐가 이렇게 복잡하댜~."
50살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한 할머니가 펀드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았지만 여전히 설명을 이해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은행 창구 직원은 펀드 설명에 앞서 자통법 자체가 무언지에 대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직장인 A씨는 펀드 가입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신분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증권, 은행에서 상품 가입이 수월했지만 명함도 통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에 신분증을 가져와 상품가입을 할테니 본인의 투자 성향이 어떠한지 알려달라는 부탁까지 했지만 직원은 "신분증이 없으면 투자 성향이 어떤지 체크할 수 있는 투자정보 확인서를 쓸 수 없다"며 "따라서 어떤 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지 추천도 못해줄 뿐더러 상품에 대한 설명들도 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에는 신분증 유무에 상관없이 증권사에 들러 펀드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설명을 들을때에도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부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데다 조직정비를 끝내지 못한 증권, 은행사들도 있었고 펀드 상품에 대한 권유와 설명의 기준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직원들도 있었다.
한 증권사 직원은 투자자가 작성한 투자정보 확인서를 바탕으로 그에 알맞은 상품을 권유하기 보다는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급급했다.
가입하고 싶은 상품이 자신의 투자성향과 다를때 직원은 해당 상품 추천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을 원하는 상품에 맞게 고쳐 표시하면 그만이었다. 또는 자신의 투자 경향과 가입하는 상품의 성격이 다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상품에 가입하겠다는 각서를 쓰면 펀드 가입이 어렵지 않았다.
더욱이, 한 은행 직원은 투자자가 초보자라는 말에 자세히 설명해주기보다는 인터넷에 설명이 자세히 돼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확인하라며 설명을 꺼리기까지 했다.
반면, 한 투자자는 펀드 가입에 어려움이 없었다. 기존 펀드 가입과 달라진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과 다름없이 단 20분만에 펀드 가입을 마친 한 투자자는 자통법이 투자자들을 얼마나 보호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은행,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행에 대비해 사전에 워크샵과 동영상 강의를 통해 투자정보확인서 기재 등 교육을 직원들이 받았기 때문에 준비가 철저히 돼 있어 언제든지 상담가능한 상태라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자통법 시행 첫날의 분위기는 우려한바대로 혼란스럽기만 했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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