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선금 못준다"...보증서 발급 기피가 원인
최근 새로운 공공 건설공사를 수주한 A사.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는 먼저 공사대금의 20% 안팎을 지급받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어 현금 유입을 기다리던 차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신용위험평가 C등급을 받은 건설사에 대해서는 선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고 있던 이 건설사 관계자는, 같은 등급을 받은 다른 건설사 또한 마찬가지 상황에 부닥쳤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금융기관의 신규대출이 막혀있는 가운데 유일한 현금확보 통로인 공공 건설공사 대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 등급 결과가 발표된 이후 괴로운 심경이었는데 짐을 하나 더 짊어지게 됐다"면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워크아웃 결정이 오히려 기업의 생명을 옥죄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소리높였다.
건설공제조합 "보증서 발급 못해"
이 건설사가 법적으로 보장된 선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보증서 발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건설공제조합 등 공공 건설공사 보증서 발급기관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건설업체에 대해 위험이 높다고 판단, 보증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외환위기의 전례를 교훈 삼아 보증서 발급시스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면서 "위험도가 높은 기업에 새로운 보증을 하는 것은 직무유기로 비춰질 수 있어 보증서 발급 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증기관 움직임에 대해 건설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건설사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건설사측은 "공공 건설공사는 제때 기성금을 받을 수 있는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인데도 보증서 발급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선금지급 확대정책 무색해져
해당 건설사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 정부 산하기관은 물론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보증서 미제출을 이유로 C등급 건설사에 대한 선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낙찰받은 공사는 물론 1~2년 전 수주한 공사도 마찬가지여서 C등급을 받은 다른 건설사들도 모두 선금지급이 거부당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건설공사 선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며 정부가 앞장서 선금 지급비율을 확대하겠다는 공언이 무색해지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선금 지급비율을 계약금액의 20%에서 30~50%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선금지급 확대는 이명박 대통령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계약금액의 70%까지 먼저 선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임을 지적했었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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