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루비니 교수 등 잇딴 경고
모든 일에는 찬반론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향후 전망을 논의할 때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뚜렷이 나뉜다.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할 지라도 한 쪽에서는 낙관론자의 말을 듣고 환호하지만 또다른 한쪽에서는 비관론자의 우려섞인 목소리에 낙담하기도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왠지 비관론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다가왔다.
지금까지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이제는 '공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시점이 온 셈.
비관론자로 유명한 스티븐 로치는 금융위기가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났다고 경고했다.
3단계의 위기 중 1단계는 50%, 2~3단계는 이제 겨우 20% 통과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절반의 금융위기가 신용리스크에서 출발했다면 이제는 경기침체로 인한 또한번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미국 금융업체의 신용위기 손실이 3조6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지금까지 집계된 손실규모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결국 금융업체들의 막대한 손실로 또한번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경고의 목소리를 두고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표현한다. 호재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오바마'라는 믿는 구석이 여전히 남아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미국 경제를 일으킬만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쏟아냈고 이에 대해 뉴욕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도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금융위기가 바닥권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출발부터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경기부양책이 실제로 집행되고, 또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시간동안 금융권이 안고 있는 상처가 곪아 더 큰 댓가를 치룰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약이 좋을지 고르고 또 고르기보다는 어떤 약이라도 써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할 수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이같은 점을 우려했다. 경기부양책 자체는 좋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뉴욕타임스에서 "가능한 빨리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기후퇴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뉴욕 금융권이 지난해 11월의 저점을 깨고 내려갔다. 대형 수탁은행인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지난 4분기 수익이 71% 급감했다고 밝힌 게 화근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의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악재다. 이같은 악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마법을 통해 악재를 사라지게 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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