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체적 얘기를 해줄 줄 알고 왔는데 아직도 확정이 안됐다니 어떡하나요"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업협회에서 14일 열린 표준투자권유준칙 설명회에 참석한 증권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숨소리가 먼저 새어나왔다.
다음달 4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도입되는 표준투자권유준칙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
한국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가 만든 표준투자권유준칙은 투자자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권유가 가능한 금융투자 상품에 제한을 두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권사는 고객의 성향을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으로 나누고 투자성향에 적합한 금융투자상품을 권유하게 된다.
이러한 관행 변경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교보증권 관계자는 "준칙의 세부사항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그러면 각 회사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당장 다음달 초부터 시행돼야 하는 제도의 구체적 사항이 아직도 내부확정이 안되면 어쩌라는 말이냐"며 "오늘 설명회에서 한 얘기가 차후 바뀌지나 않을지 신뢰도에도 의문이 간다"고 전했다.
그는 또 "증권사나 영업점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협회는 표준투자권유준칙이 강제 사항은 아니라고 하지만 증권사 쪽에서는 감독기관의 감사나 최악의 경우 소송까지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표준투자권유준칙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증권업협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설명회를 진행한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연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질문을 많이 해오고 있다"며 "대부분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협의·법리해석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사들이 영업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규제부담을 줄여주는 안이 나오도록 감독기관과 합의해 답을 조만간 주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에 열린 이날 설명회에는 300명 이상의 증권·은행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보조의자가 등장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증권업협회 측의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투자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고객은 어떻게 해야하나 ▲'투자권유'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투자자가 대리인에게 투자를 위임한 경우 어떻게 해야하나 ▲창구 상담 뿐 아니라 전화, 인터넷, HTS 상담도 포함되나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판매후 분쟁을 막기 위해 인터넷에서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투자권유 적합성 확보 의무와 무관하더라도 자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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