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말문을 열자 정치권에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5일 반년만에 참석한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당이 내놓은 법안이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면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즉 주류 친이계를 견제하며 힘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막힌 정국을 대화로 풀어가야 함을 역설한 것.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조사된 박 전대표의 일갈에 여권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뒤숭숭하다. 특히나 법안 강경처리에 올인한 친이계는 뜻하지 않은 '박근혜 변수'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당장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점화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이와 관련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6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발언 내용이 짧아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법안 내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법안처리 과정과 절차에서 여야 대치가 이어지니까 그런 말씀을 하신 거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대표는 당내 갈등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논의과정에서는 172석의 거대정당이여서 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몇 번의 의원총회를 통해서 일사불란한 처리에 뜻을 모았다" 면서 "100% 찬성이 나오면 그게 정당이냐, 토론만 하면 내분이냐, 그건 아니다" 고 계파 갈등 가능성을 애써 일축했다.
친이계를 대표하는 공성진 최고위원도 "당 대변인이 진의를 박 전 대표에게 확인한 이후에 법안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발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파괴력이 클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의 이런 수습 노력이 역설적으로 논란의 심각성을 증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당 현안에 대해 주류인 친이의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에서 박 전대표의 발언은 친박이 제 목소리를 내는 출사표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대표의 발언은 강행처리 보다 집권당이 국민통합차원에서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면서 "한미 FTA법안은 오랫동안 논의 돼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금산분리 완화법과 미디어법안은 상정도 안돼 있어 국민들이 모른다,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 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 최고위원은 계파갈등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는 계파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이 정권의 성공을 원하고 있다" 고 부인했다.
드러내놓고 대립각을 세우진 않았지만 친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촌출신 의원들이 많은 친박이 한미FTA, 미디어법안등에 대해 본격적인 비판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번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은 향후 정치 스케줄과도 연관성이 깊다.
연초 개각과 4월 재보선, 원내대표단 교체등의 시기와 맞물려 있으며, 친이의 대표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과도 연계되어 당내 계파 갈등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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