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보너스 없어 우울한 새해

보너스 생략한 시티그룹, 보너스 대신 스마트폰 나눠준 구글

신년을 맞은 미국 기업인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못하다. 평년대로라면 보너스 등으로 돈잔치를 벌였을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경기침체를 반영한 듯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 정부로부터 대규모 금융지원을 받은 시티그룹은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보너스를 생략하거나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회장인 윈 비숍을 비롯해 CEO 비크람 팬디트, 선임고문 로버트 루빈은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고 나머지 임원들은 대부분 줄어든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티그룹은 최근 정부로부터 3060억달러의 부실자산 지급보증에다 200억달러를 지원받는 등 위기를 겪어왔다. 정부는 팬디트 현 CEO가 지난해 11월 취임해 책임이 덜하다는 점을 고려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보너스를 비롯한 보상체계에 관해서는 압박을 넣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최악의 금융위기로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되는 등 미 사회 전체가 고통받고 있는 만큼 은행 경영진들은 보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이에 시티그룹을 비롯해 골드만삭스 등 금융업체들의 보너스 생략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존 테인 메릴린치 CEO도 보너스를 포기했으며 UBS와 모건스탠리 CEO 역시 보너스를 기대할 처지가 못된다.

높은 보너스와 직원혜택으로 유명한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의 처지도 궁색해졌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은 보너스로 현금 대신 스마트폰을 전세계 2만100명의 직원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구글은 여태껏 보너스로 직원당 1000달러씩을 지급해왔다.

구글 측은 사내 e메일을 통해 “스마트폰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비용 절감의 목적이 크다”며 “현재의 경제 위기는 지출에 좀 더 신중해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구글은 실리콘밸리 본사의 일부 레스토랑의 문을 저녁 일찍 닫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