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리'서 '영향력의 재조정' 선택
관세라는 무기 대신 표준이라는 그물
조용해지지만 더 정교해진 기술 전쟁

아흐마드 하난 바우란 스메스타 라야 최고기술책임자(CTO). SCMP

아흐마드 하난 바우란 스메스타 라야 최고기술책임자(CTO).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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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주요 기술 기업 경영진들과 함께 지난 13일 베이징을 방문한 것을 단순한 거래 중심 외교의 회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훨씬 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경제적 분리를 둘러싼 수년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점점 더 외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디커플링(탈동조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양국은 깊게 얽힌 채 경쟁하는 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기술적 차단을 중점적으로 대중(對中) 정책을 구사했다. 첨단 반도체 접근 제한, 인공지능(AI) 협력 통제 강화, 동맹국들에 미국 기준에 맞출 것을 압박하는 방식 등이다. 이 접근법은 중국의 기술적 발전을 늦추는 것이 장기적인 전략 리스크를 줄인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미 기술 기업 리더들이 베이징에 등장한 모습은 이런 논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워싱턴이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경계를 재정립하는 와중에도, 중국의 체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긴장은 우연이 아니다. 상호 연결된 시스템 속에서 경제적 외교가 가진 한계를 반영한다. 미국 기업들에 중국은 여전히 핵심 시장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필수 구성 요소다. 수출 통제와 투자 제한 이후에도 부품 생산부터 조립에 이르기까지 생산 구조는 여전히 중국 네트워크를 통해 돌아가고 있다. 이런 연결 고리를 빠르고 깔끔하게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됐다.

이번 회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한다기보다 오히려 인정하는 쪽에 가까웠다. 기업 지도자들을 외교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경쟁을 완화하기보다 관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완전한 디커플링이 비현실적이라면, 대안은 상호 의존 관계의 조건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과의 관계 유지는 양보가 아니라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은 더욱 복잡해진다. 기술기업들은 더는 단순한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지정학적 전략의 참여자가 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규제 제약 아래에서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 결과 일종의 전략적 압박이 발생한다. 중국과 지나치게 밀착하면 미국의 정치적 반발 위험이 커지고, 지나치게 거리를 두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진다. 명확한 균형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미·중 경쟁은 더는 제로섬 대결로만 이해하기 어렵다. 군사력, 기술 표준, 지정학적 영향력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다른 영역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상호 의존이 지속되고 있다. 양국 관계는 두 개의 체계로 명확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통합이라는 토대 위에 분리 영역이 겹겹이 쌓이는 불균등한 분열 양상을 보인다.


중국이 이러한 모호함을 반기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미국 기업 지도자들의 방중은 중국이 없어서는 안 될 경제 주체라는 점을 상징한다. 이는 미국의 제재로 형성된 중국의 고립주의적 이미지를 복잡하게 만든다. 동시에 중국은 기술 자립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며 장기적으로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 경제·기술적으로 연결된 것은 유용하지만 영원히 의존할 대상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경쟁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경쟁은 눈길을 끌었던 관세와 제재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술 표준, 데이터 거버넌스, 공급망 구조 등 더 조용하고 구조적인 대결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싸움은 느리지만 더 중요하다. 영향력은 상대를 단순히 배제하는 것보다 글로벌 경제·기술 시스템 안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규칙을 주도하는 능력을 통해 행사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은 이런 변화 속에서도 실용주의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그의 본능은 모순을 해결하는 데 있지 않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데 있다. 기업 지도자들을 외교와 함께 배치함으로써 그는 국가 전략과 상업적 이해관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는 전통적인 정책 관점에서는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 국가 권력과 기업 네트워크는 분리될 수 없다는 기본 현실을 반영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보여주는 것은 경쟁에서의 이탈이 아니라 경쟁의 변형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완전한 경제적 단절이라는 개념은 더 복잡하고, 지속적인 무언가로 바뀌고 있다. 경쟁은 계속되고, 심지어 심화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연결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피할 수 없다. 양측은 여전히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서로를 압도하려 하고 있다. 그 어떤 외교적 제스처보다도, 바로 이것이 현재 미·중 관계의 국면을 규정하고 있다.


아흐마드 하난 바우란 스메스타 라야 최고기술책임자(CTO)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hy Trump took US tech leaders to Beijing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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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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