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임차계약 54%가 월세…빌라까지 풍선효과
서울 아파트와 빌라(연립·다세대) 월세가 나란히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잠김 현상으로 새로 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이 반전세와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세난 대안처럼 여겨졌던 월세마저 높아지면서 무주택자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01.82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수는 2024년 2월(93.09)부터 27개월 연속 매달 사상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월세 상승 여파는 비아파트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월세통합지수 역시 지난달 101.23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아파트에서 빌라, 전세에서 반전세·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체 주거지로 여겨지던 빌라 월세마저 오르면서 선택지가 줄어든 것이다.
주거비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전세 매물 자체가 자취를 감추면서 신규 임대차 계약 절반 이상이 월세로 채워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서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갱신을 제외한 서울 아파트 신규 임차계약 4만5344건 중 월세 비중은 54%(2만4476건)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45.4%)과 비교하면 8.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월세 쏠림 배경에는 전세 매물 잠김이 있다.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3.7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시장에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 6년 차에 접어들면서 한 차례 갱신권을 쓴 세입자들이 만기 때 시세 수준의 신규 계약을 요구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 설명이다.
여기에 전세 물건 부족과 집주인의 월세 선호가 겹치며 새로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반전세·월세로 바뀌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27일 '소유권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로, 매수자가 세입자의 전세대출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식의 갭투자성 거래도 막혔다. 전세를 끼고 매매가 이뤄지며 새 전세 물건이 공급되던 통로가 좁아진 셈이다.
실거래가는 오름세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보증금은 1년 새 5억7600만원에서 6억1800만원으로 7.3%(4200만원) 올랐다. 월세 거래의 평균은 보증금 2억900만원에 월세 117만원으로, 1년 전(보증금 1억9800만원·월세 107만원)보다 보증금은 5.6%, 매달 내는 월세는 9.3% 뛰었다. 월세 거래의 56.3%는 보증금 1억원 이상이었고 보증금 3억원 이상인 고액 반전세도 25.9%에 달했다.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율(전월세전환율)마저 높아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월세전환율은 4.25%로, 지난해 10월 7년9개월 만에 최고치(4.26%)를 찍은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권역별로는 강북 14개 구가 4.32%, 강남 11개 구가 4.17%를 기록해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강북 지역 세입자의 부담이 수치상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전환율이 오르면 같은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임차인이 부담할 월 임차료가 늘어난다. 예컨대 강북 기준 전세 6억원짜리 집을 보증금 2억원·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로 계약하면, 나머지 4억원에 4.32%가 적용돼 임차인은 연 1728만원, 매달 144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 보증금 없는 순수 월세로 전환할 경우엔 연간 2592만원, 한 달에 216만원이 월세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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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월세 불안이 청년층 주거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전·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모아둔 돈이 부족한 청년층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무주택 청년과 서민들이 직장과 가까운 도심에 거주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전·월세인데, 이 매물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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