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앱 대신 AI에 재무전략 맡겨
금융사 '알고리즘 호출'이 신 경쟁력
보이지 않던 혁신기업·개인 발굴
'생산적·포용금융' 최고의 자본배분 도구
국내 금융사 '5가지 구조적 장벽' 깨야
규제 패러다임도 결과책임으로 전환

앞으로 고객이 아닌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시대가 온다는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의 통찰이 나왔다. 고객이 직접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상품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에게 자신에게 맞는 금융 솔루션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체계가 주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AI 에이전트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단순 알고리즘 성능 개선에만 머물지 말고, 데이터 소유권과 책임 소재 등을 전사적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데이터 거버넌스(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게 급선무라는 조언이다.


"금융의 패러다임, 상품 판매에서 '재무설계·실행산업'으로 진화"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미래금융 대전환 : 생산적 자본의 시대와 새로운 금융질서'를 주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Asian Financial Forum 2026)에서 '인공지능(AI) 금융혁신: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5.21 김현민 기자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미래금융 대전환 : 생산적 자본의 시대와 새로운 금융질서'를 주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Asian Financial Forum 2026)에서 '인공지능(AI) 금융혁신: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5.21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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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미래금융 대전환 : 생산적 자본의 시대와 새로운 금융질서'를 주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Asian Financial Forum 2026)에서 'AI 금융혁신: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힘' 세션 강연을 통해 "과거 금융이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의 금융은 개인화된 재무설계와 실행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대표는 이미 글로벌 선도 금융사들이 AI를 옵션이 아닌 기본 인프라로 탑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연간 경제 가치 창출 잠재력은 최대 4조4000억달러로 세계 5위권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실제로 JP모건은 AI 계약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36만시간 이상의 업무 시간을 절감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AI 비서 '에리카'는 누적 상담 30억건을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리서치 초안 작성과 리스크 분석에 생성형 AI를 보조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 핀테크 업계는 AI 기반으로 단 몇분 만에 실시간 대출 심사를 끝마친다.


손 대표는 "AI가 강해질수록 금융사의 경쟁력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두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시스템을 만들었는가로 바뀐다"고 짚었다. 특히 고객 접점이 앱 중심 플랫폼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하면서 금융 경쟁의 규칙도 재편된다고 봤다. 손 대표는 "과거엔 고객을 직접 설득하는 마케팅이 중요했으나 앞으로는 AI에 선택받는 것이 훨씬 중요해진다"며 "브랜드 파워보다 AI 알고리즘이 어떤 금융사의 상품을 호출하고 추천하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이지 않던 기업과 개인 새롭게 조명…정보 비대칭 해소

AI 금융이 보편화되면 자본 배분의 정밀도를 극대화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그동안 혁신기업들은 재무제표가 부족하고 지식재산권(IP)·특허권 같은 무형자산 비중이 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AI가 거래 네트워크, 매출 패턴, 산업 트렌드 등 비정형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면 성장 가능성이 큰 알짜 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 금융 역시 소외 계층을 제도권으로 끌어안는 포용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융이 잔인했다"고 언급한 점을 인용하며 전통 금융 시스템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의 신용을 평가할 때 기존 신용점수 대신 통신·가스요금 납부 이력, 4대보험 가입 내역, 플랫폼 상거래 데이터 등을 AI로 종합 분석하면 입체적인 대안신용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체 발생 전 위험 징후를 조기 파악해 서민금융기관과 연계하는 '사전 예방 금융 시스템' 구축도 가능해진다.


손 대표는 "AI는 보이지 않던 고객과 기업을 훨씬 더 잘 보이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라며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해 자본 배분의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생산적 금융 관점에서 AI가 갖는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식 '부서 칸막이'가 최대 걸림돌…규제도 '결과 책임'으로 가야

다만 국내 금융 산업에 AI가 깊숙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이유로 한국 사회 특유의 사일로(칸막이) 현상을 비롯한 '5가지 구조적 장벽'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부서·계열사별 데이터 분절 및 소유권 충돌이 발생하는 사일로 조직 ▲20~30년된 메인프레임 중심의 레거시 시스템 ▲형식이 제각각이고 오류가 잦은 데이터 품질 문제 ▲혁신 이익보다 사고 비용이 많다고 믿는 규제·준법 리스크 ▲AI 실패 시 책임 귀속이 불분명해 혁신을 주저하는 보수적 의사결정 문화 등이다.


손 대표는 특히 데이터 품질 문제를 따끔하게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AI를 도입하더라도 고도화된 모델 개발이 아닌 제각각인 '데이터 정제' 작업에 프로젝트 시간의 절반 이상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물론 데이터 정제는 시간이 걸려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경영 현실에선 부서 간 데이터 형식이 제각각이고 중복과 오류가 존재하며 표준화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확실한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는 "AI에 중요한 건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며 "데이터 정비하는 데만 프로젝트 시간의 절반 이상이 소요된다는 금융사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사들은 알고리즘을 고민하기 전에 데이터 거버넌스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며 "전통 금융사들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건 AI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직된 조직·질 낮은 데이터·보수적 문화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국 규제 패러다임도 '네거티브'로 바뀌어야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패러다임 전환도 강력히 주문했다. 허용된 행위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 체제 아래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해 시장의 학습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 대표는 "앞으로의 AI 금융 규제는 '무엇을 하지 말라'가 아니라 '무엇을 책임지라'는 식의 결과 책임 강화 및 원칙 중심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며 "기업이 최소한의 절차적 기준을 성실히 이행했다면 불확실한 결과에 대해 면책해 주는 보상이 결합돼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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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규제의 목적어 자체가 사람(직원)에서 알고리즘(설계자·데이터 흐름)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과거 전통 금융의 '설명 의무(무슨 말을 했는가)'를 감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어떤 데이터를 보고 어떤 경로로 추천했는지 로그 기록을 검증하는 '로그 기반 실시간 감독 체계'와 기능 단위 규제로 패러다임이 진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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