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왜 한국을 떠났나]"한국 거쳐 세계로? 옛말"…팝의 본고장 직행하는 K팝
①K팝 수출 넘어 글로벌 현지 경쟁
국내 흥행 후 해외 진출 공식 깨져
북미·유럽 겨냥 선기획 체제 전환
스트리밍·공연·팬덤 서구권 고려
K팝의 무대가 바뀌고 있다. 더 이상 '국내 성공 후 해외 진출'이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데뷔 단계부터 북미와 유럽을 겨냥해 팀 구성과 음악, 투어 전략까지 설계하는 '글로벌 선기획'이 표준이 됐다. 시장의 중심이 이미 한국 밖으로 이동하면서 K팝은 수출품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전제로 설계되는 산업으로 재편됐다.
27일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음반 시장 매출은 317억 달러로 11년 연속 성장했다. 북미(38.7%)와 유럽(30.4%)이 전체의 69.1%를 차지한다. K팝 대형사가 서구권을 우선하는 이유는 유행이 아니라 시장 구조다. 음원과 공연 수익이 결합된 핵심 수익지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북미·유럽 비중 70%…글로벌 플랫폼 재편= 소비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25년 스트리밍 매출은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유료 구독 비중은 52.4%, 구독자는 8억3700만명에 달한다. 매출 규모는 2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일회성 음반 판매보다 플랫폼 내 반복 소비가 핵심이 된 구조다. 산업의 무게중심도 국내 음반 판매에서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이 같은 변화는 K팝 성과에서도 확인된다. IFPI 2025년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 스트레이 키즈는 2위에 올랐고,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APT.)'는 글로벌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앨범 세일즈 차트에서도 스트레이 키즈 '카르마(KARMA)', 세븐틴 '해피 버스트데이(HAPPY BURSTDAY)', 엔하이픈 '디자이어 : 언리쉬(DESIRE : UNLEASH)'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제 국내 순위만으로는 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수익은 이미 글로벌 차트와 투어에서 발생한다"며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기획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에 따르면 2023년 K팝 해외 매출은 1조2377억원으로 추정된다. 해외 공연이 4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음반 수출(31.4%), 스트리밍(21.0%)이 뒤를 이었다. 증가율 역시 공연이 59.8%로 가장 높았다.
시장 이동 속도도 가파르다. 2018~2023년 해외 스트리밍 매출 연평균 증가율은 유럽 48.4%, 미주 42.7%로 아시아(14.7%)를 크게 웃돌았다. 미주와 유럽 비중은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 각각 18%대로 올라섰다. KCTI는 2024년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34.3%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지 직행…제작 시스템 이식하는 'K팝 3.0'= K팝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호감도는 69.7%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17.8%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K팝을 꼽았다.
산업 성과도 뚜렷하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는 2025년 매출 2조649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중 공연 매출이 7639억원을 차지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8219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구권 매출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용관 KCTI 한류경제연구센터장은 "대중음악 공연 수출이 한류 확산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속도는 전통 수출 산업을 앞선다. 2018년을 100으로 보면 2023년 K팝 음반 수출 지수는 451.4로, 자동차(173.3)와 반도체(77.8)를 크게 웃돈다.
최근에는 제작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는 K팝 3.0 단계로 진입했다. 주요 기획사들은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 인재를 발굴·육성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수출을 넘어 제작 방식 자체를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K팝은 더 이상 '만들어 파는 산업'이 아니다. 글로벌 팬 취향이 기획에 반영되고 다시 국내로 유입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데뷔는 한국에서 시작되지만, 성패를 가르는 무대는 해외다.
과제도 남아 있다. 음악의 획일화와 포토카드·팬사인회 중심의 과도한 마케팅은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구매된 음반이 대량 폐기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이현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문화교류연구센터장은 "해외 소비자는 공연·플랫폼·커뮤니티를 통합적으로 소비한다"며 "팬덤과 수익이 큰 시장 중심으로 전략이 재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조용히 무섭게 올라왔다…삼성전자, 돈 버는 기업 ...
오시진 KCTI 데이터분석팀 차석전문원은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내실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