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물길을 바꿔라]②[인터뷰]"국민성장펀드가 쏘아올린 성장 모멘텀…리벨리온에 붙은 K-인증"
정책·민간 합작 6400억 '실탄' 장전…AI 반도체 경쟁 동력 확보
"정부가 공인한 혁신 기업" 상징성…해외 자본 유치 'K-인증' 효과
글로벌 신뢰 제고 및 투자 유치 기폭제…'인내 자본'으로 성장 가속
지난 13일 찾은 성남시 분당구 리벨리온 본사. 공장도 굴뚝도 없는 8층짜리 빌딩은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처리장치)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3층에 위치한 사내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 리벨리온의 주요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고, 한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필이 적힌 '아톰 맥스(ATOM-Max1세대 ·NPU)' 카드가 눈에 띄었다. 카드 위에는 "AI 고속도로로 세계 3대 강국!"이라는 이 대통령의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후발주자 리벨리온, 창업 5년 만에 매출 10배…누적 투자금 1.3조 확보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리벨리온은 창업 5년 만에 전혀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가 학습 분야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했다면,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대형 추론용 칩을 앞세워 시장 틈새를 파고들었다. 2016년 알파고 이후 쏟아져 나온 AI 반도체 스타트업보다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였지만 전력 소모를 낮추고 연산 효율을 극대화한 리벨리온의 전략은 점차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25년 매출은 2년 전 대비 10배로 급증했고, 5명으로 시작한 직원 수는 300명까지 늘었다. 현재 직원 300명 가운데 약 70%가 엔지니어다. 이 같은 성장성에 주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떠나 리벨리온으로 합류한 엔지니어들도 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외부 자금도 빠르게 유입됐다. 리벨리온은 국내 AI 반도체 기업 가운데 드물게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투자를 이끌어냈다.
국민성장펀드는 '인내 자본'…공급망 확보 전쟁서 "보다 과감하고 빠른 결정 가능"
이 같은 성장세에 힘을 보탠 것은 '국민성장펀드'다. 지난달 국민성장펀드는 리벨리온을 '직접투자 기업 1호'로 낙점했다. 덕분에 정책 자금 3000억원과 미래에셋그룹이 주도한 민간 자금 3400억원. 총 6400억원이 단숨에 투입됐다. 이로써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 이후 시리즈 A(920억원), B(1850억원), C(3500억원)를 거쳐 올해 프리IPO 단계에서 국민성장펀드 투자까지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1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국민성장펀드로부터 투자받은 후 기업가치는 약 3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자금이 곧 전략이자 생존 무기인 AI 경쟁에서 국민성장펀드가 공급한 '실탄'은 리벨리온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회사 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개발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자금 여력이 커지면서 공급망 확보와 선제적 투자 등 전반에서 보다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핵심 부품을 미리 확보하거나, 서버를 선제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누가 먼저 투자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선제적 투자는 '속도의 차이'를 만든다. 이는 결국 그 회사의 성장과도 직결된다. 특히 올해는 리벨리온에 중요한 시기다. 신제품 출시와 HBM 적용 제품 양산이 예정돼 있다. 시장 확대의 '골든타임'이 바로 올해인 셈이다.
신 CFO는 "반도체 사업은 개발비와 양산비가 매우 크다"며 "특히 마스크 제작 비용과 파운드리 비용이 핵심이며 결국 자금 규모가 곧 기술 개발 속도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성장펀드를 장기 투자의 성격을 띤 '인내 자본'이라고 정의했다. 기업은 보통 자본이 투입되면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지만, 국민성장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을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신 CFO는 "국민성장펀드 덕분에 실패할 용기를 얻었다"고 표현했다.
'국민성장펀드'란 이름표를 달고 투입된 자금은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민간 투자와 달리 상징성과 신뢰 효과가 크다. 신 CFO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국 정부가 인정한 기업'이라는 점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며 "일종의 'K-인증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국내 상장 후 글로벌 시장 노크…한국형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
이러한 신뢰는 해외 투자 유치나 향후 글로벌 상장 추진 과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신 CFO는 "당초 IPO를 바로 추진하려 했지만, 이번 투자로 더 큰 성장을 도모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우선 내년을 목표로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벨리온 칩은 삼성 파운드리의 5나노·4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된다. 설계뿐 아니라 생산까지 한국 반도체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는 메모리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KT·SK텔레콤은 리벨리온의 AI 서비스를 적용하는 고객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리벨리온이 단순한 팹리스 기업을 넘어 메모리와 파운드리까지 연결된 '한국형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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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존 메모리 중심 구조를 넘어 시스템·AI 반도체로 확장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신 CFO는 "국내에서 개발·생산·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산업 전반의 확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후속 기업들이 투자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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