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Law]"변호사, 20년 안 뽑아도 될 과포화 상태…'ACP' 도입은 고무적"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인터뷰
"월 수임 1건 미만·중위소득 3000만원"
"비밀유지권 도입, 한국 법조 위상 제고"
"이미 5000명 이상 과포화 상태입니다. 시장이 확장될 여지가 없다면, 향후 20년 가까이 법조인을 더 안 뽑아도 될 정도예요. 합격자 수 조절은 급한 불 끄기 수준에 그치고, 18년 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은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변협 회관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법조인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변호사 합격자 수 조정뿐 아니라 로스쿨 제도 설계의 구조적 결함과 유사직역 난립이라는 근본 원인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08년 6.97건에서 현재 일반 사건 기준 1건 미만으로 줄었고, 변호사 중위소득은 연 3000만원으로 전문직 종사자 중 최하위다. AI 도입으로 신규 채용 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공공기관 채용은 3분의 1이 줄었다. 전체 채용 숫자도 20% 감소했다. 김 회장은 "중위가 3000만원이라면 1000만~2000만원을 받는 이도 수천명이 있다는 것"이라며 "15년 차 공익 변호사가 월 200만~300만원을 받는 현실에서 공익과 인권을 강요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로스쿨 도입 당시 당국이 약속한 법조유사직역 통폐합이 이행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2006년 유사직역과의 통폐합을 전제로 변호사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웠지만, 각 직역의 이해관계로 통폐합은 끝내 무산됐다"며 "2021년께 변호사 수 목표는 초과 달성한 데다 유사직역은 더욱 난립하고, 변호사 숫자만 20년 동안 4배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행정사·법무사·노무사·변리사·세무사 등 유사직역까지 합산하면 한국의 전문직 1인당 국민 수는 80~90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일부 로스쿨은 도입 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합격률 20%대를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는 "의학 교육 평가는 강제성이 있어서 폐교까지 가는데, 로스쿨은 강제성이 없다. 우수한 학생을 뽑아놓고 20%의 합격률이 나온다면 그건 학교의 문제"라며 평가위원회에서 로스쿨 교수 비율을 줄이고 시정 조치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도입을 취임 후 일궈낸 성과로 꼽았다. 그는 "변호인들의 심리적 안정감이 달라졌고,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법조의 위상이 실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ACP는 최근 개정 이후 선례적 판결이 나오면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 업무에서의 파급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은 "예전에는 해외 법무팀이나 로펌들이 협업할 때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점을 염려했는데, ACP가 통과됐다고 하니 협업 가능성도 커지고 위상에 맞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마케팅과 사건 청탁 등 불법 영업을 일삼는 일부 네트워크 로펌에 대해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비정형적인 법률사무소 형태나 변호사업계 신뢰를 해치는 악의적인 영업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과도한 변호사 수 공급이 법률서비스 질 저하와 공공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로펌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포털 상위 노출을 독점하고 타인 명의 블로그까지 매집해 광고를 집행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3건에 그쳤던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위반 사례는 지난해 93건으로 31배나 늘었다. 일부 네트워크 로펌들은 시스템이란 명목하에 ▲상담 ▲서면 작성 ▲법정 출석 등 담당 변호사가 각각 나뉘어져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의뢰인은 정작 자신의 사건을 누가 책임지는지 알기 어렵고 소통 부재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2021년 46건에 그쳤던 변호사 징계 건수는 지난해 201건으로 약 4.3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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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협회장은 "현행 변호사법은 주사무소와 분사무소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본사, 본부, 지점 등 명칭을 혼용하며 의뢰인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공장형 변호로 전락한 구조 속에서 의뢰인이 입을 잠재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분사무소 상주 변호사의 명확한 구분과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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