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4월 위기설…수급조정명령·수출제한도 가능
민간 차량 5부제 등 초강수 검토
주유소 점검에 정유사 압박…물가 안정 총력

중동 사태가 격화하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국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에너지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 '구조적 복합 위기'가 닥쳤다. 정부도 공급망·무역·산업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상대응을 넘어 중장기 대응 체계도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20일 현재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는 약 1억9000만배럴로 정부 기준으로 208일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하루 실제 석유 소비량(280만배럴)을 기준으로 하면 68일분에 불과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국내 석유화학 산업 비중을 고려할 때 실질 가용 물량은 약 4개월분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확보한 원유 2400만배럴과 비축유 2246만배럴을 합치면 25일 전후를 추가로 버티는 규모다. 국내 수입 원유 중 50%는 국내에 공급되고 50%는 정제 등 과정을 거쳐 수출된다.

시시각각 급변 중동사태…정부, 수출제한·5부제 등 초강수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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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석화업계다. 핵심 연료인 나프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며 연쇄 셧다운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한시 지정했다. 산업연구원은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국내 제조업 평균 생산비가 11.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석유·석탄(80%), 전력·가스(77%) 생산비가 폭등하며 물가 상승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20일 CBS라디오에 나와 '상황이 급해지면 정유사들의 수출 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정부가 석유사업법을 통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수도 있고, 수급조정 명령을 할 수도 있고, 수출제한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1·2차 오일쇼크를 30∼40년 전에 경험하면서 그에 대한 근거는 다 마련돼 있다며 "이와 관련해 정유사 쪽에 정당한 손실이 있다면 보존해주는 것까지도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나프타의 해외 유출 최소화를 위한 수출관리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산업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추가 조치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요 관리 차원에서 차량 5부제나 10부제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이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한다. 차량 5부제 시행 여부는 검토 중이지만 기간, 대상(적용 제외) 등은 결정된 게 없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도 차량 5부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로는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의 안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13일 이후 전국 주유소 200곳이 휘발윳값과 경윳값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주유소는 기존보다 낮은 공급가격으로 휘발유를 매입했음에도 다음 날인 14일 휘발유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9일 오전 범부처 합동점검반과 함께 해당 주유소를 찾아 불시 점검했다. 김 장관은 페이스북에 후기를 남기며 "현장 관리자에게 확인한 결과, 판매 가격은 정유사 본사에서 결정한다고 한다"면서 "그동안 정유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여러 차례 만나 직영 주유소의 선제적인 가격 인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실로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누가,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분명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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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이날 현장에서 확보한 자료와 석유제품 시료를 면밀히 분석해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탈세,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품질 불량 등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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