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럴듯하게…IP가 스토리를 살린다
요즘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그럴듯하게 보이느냐다.
손태영 콘진원 콘텐츠IP전략팀장은 "강사 섭외 시 현장 경험과 진정성을 갖춘 연사를 우선한다"며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창작자의 실제 수요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주제 역시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한다.
콘진원 '이야기창작발전소' 전문영역 강의 제공
현장경험·진정성 갖춘 연사로 창작 R&D 구축
최종 목적지는 '스토리움'…제작사·PD 연결
요즘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그럴듯하게 보이느냐다. 세계관과 디테일의 설득력이 작품의 생명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창작자 개인이 금융·도박·국방·우주 같은 전문영역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야기창작발전소'는 바로 이 사각지대를 메운다. 단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식을 지적재산(IP)으로 전환하고 산업과 연결하는 '창작 R&D 생태계'다.
올해 프로그램을 보면 사업의 성격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1기에선 영국·인도·동양 점성술, 도박 산업과 중독 심리,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전쟁 등 이색적인 주제를 폭넓게 다뤘다. 조만섭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강명희 그랜드코리아레저 선임부장, 김선겸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대장, 황선호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등 각 분야 현장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2기에선 동시대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지웅 고려대 교수와 하준삼 한국외대 겸임교수, 박상우 웰씨앤와이즈 한국 대표가 초고액자산가의 세계를 설명했고, 김동섭 KAIST 교수와 배상수 서울대 부교수, 박찬흠 한림대 교수가 유전자 가위와 우주 신약 개발을 주제로 강연했다. 심화 과정은 핵융합, 미신의 기록, 글로벌 식량전쟁, 스파이 비밀공작 등 융합적 사고를 자극하는 주제로 구성됐다. 올해 1·2기 전체 평균 수료율은 93%에 달했다.
"강의 하나로 작품 세계가 살아났다"
웹소설 작가 구혜원씨는 "이번 강의로 작업 중인 작품의 근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배경으로 한 투자물을 쓰고 있었지만 금융 실무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전문가 강의를 들은 뒤 주인공을 이끄는 스승 캐릭터를 '패밀리오피스 출신 엘리트'로 재설정했다. 구씨는 "이야기의 세계가 한층 살아났다. 어디서도 얻기 어려운 정보였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감독 김지환씨는 "이 프로그램의 섭외력은 공공기관이 아니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창작자가 개인적으로 전문가 한 명을 만나려면 몇 달이 걸리지만, 여기서는 하루에 세 명을 만난다"고 강조했다. 또 "첫해 참가자들과 만든 단톡방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며 "창작자들 사이의 유대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섭외가 가능한 배경은 분명하다. 손태영 콘진원 콘텐츠IP전략팀장은 "강사 섭외 시 현장 경험과 진정성을 갖춘 연사를 우선한다"며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창작자의 실제 수요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주제 역시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한다. 손 팀장은 "매년 창작자들의 관심사를 살피고,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며 "사회적 이슈가 있으면 이를 먼저 제안해, 반응이 좋으면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보안시설 방문도 가능하다. 올해는 카지노와 소년학교를 찾았다. 손 팀장은 "현업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라는 점을 설명하고, 공공기관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출입 인원과 동선, 보안 서약 등을 조율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스토리움, 산업과 연결하는 징검다리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지는 '스토리움'이다. 창작자가 원천 스토리를 등록하면 제작사와 PD들이 이를 열람하는 IP 매칭 플랫폼이다. 손 팀장은 "스토리움은 현장에서 발굴된 원천 IP가 계약과 제작, 사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징검다리"라고 설명했다. 구씨는 "주변에서 '스토리움 매칭이 쉽지 않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올리지 않았는데, 프로그램에서 구조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콘진원이 왜 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 알게 됐다"며 "내 이야기를 세상에 연결하는 기본 관문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스토리움은 온라인 매칭뿐 아니라 연 3회 오프라인 비즈매칭도 운영한다. 앞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고, 콘진원의 장르별 제작지원 사업과 연계해 작품화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이미 실제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 콘진원이 2021~2023년 수료생 2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1명 가운데 31.5%는 상업화를 완료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었고, 22.5%는 IP 계약을 체결했다. 1~2년 내 상업화 예정 작품을 준비 중인 창작자도 46.8%에 달했다. 2017~2024년 누적 실적은 사업화 작품 119건, IP 계약 작품 58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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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팀장은 "이야기창작발전소를 창작 분야 R&D의 하나로 보고 있다"며 "창작의 원천은 결국 '경험'에서 나오지만, 이를 모두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다루고 싶은 세계가 너무 크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 자체로 이 프로그램과 잘 맞는다는 신호"라며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곳까지 함께 가보자'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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