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확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전력·재생에너지까지 이관
규제와 진흥 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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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32년 만에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갈라놓는 대대적 개편안을 확정했다. 환경부를 확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를 신설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해 에너지 기능을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취지지만 산업계에선 정책 혼선과 부처 간 갈등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예산 쏠림·부처 갈등 불가피

이번 조치는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해 현 산업부를 출범시킨 이후 32년 만의 조직 대수술이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전력과 재생에너지, 원전 운영까지 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한다. 여기에 기후대응기금, 녹색기후기금 등 막대한 재원까지 더해 '기후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이 강화된다. 반면 산업통상부에는 원전 수출, 자원 산업, 통상 협상 기능만 남는다.

그러나 이런 이원화가 산업 현장과 국민 생활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크다. 특히 산업계는 무엇보다 환경 규제 성격이 강한 기후부가 전력 수급과 요금, 에너지 인프라를 전담하게 되면 산업 진흥 논리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전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후부는 기후 목표 달성을 앞세우고 산업통상부는 수출 경쟁력과 산업 지원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부처의 목표가 충돌하면 정책 조율에 시간이 지체되고, 이는 곧 전력 수급과 통상 협상 같은 현안에서 치명적인 지연을 낳을 수 있다.

예산 다툼도 불가피하다. 약 3조원에 달하는 기후대응기금과 녹색기후기금을 기후부가 단독 관리하게 되면 산업 전환을 위한 기업 지원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될 수 있다. 재원 배분이 기후 감축 중심으로 쏠리면 산업계 지원 프로그램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2년 만의 산업·에너지 분리…'기후위기 컨트롤타워' 기대와 불안 공존 원본보기 아이콘

원전·재생에너지, 정책 일관성 흔들

정책 일관성 역시 흔들릴 수 있다. 원전의 경우 운영은 기후부, 수출은 산업통상부가 각각 맡게 되는데, 기술 개발·운영·수출이 서로 다른 부처에 흩어지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팀 코리아' 전략이 약화돼 원전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산업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넘어가면서 신규원전 건설, 원전 계속 운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재생에너지 보급도 마찬가지다. 기후부는 보급 목표 달성을 강조할 것이고, 산업통상부는 관련 산업 생태계 지원에 무게를 둘 텐데 양 부처의 이해가 엇갈리면 현장에서는 혼선만 커질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은 에너지와 산업, 통상이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이 기능이 분리되면 해외 협상장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기 어렵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무대에서는 협상 속도와 메시지 일관성이 핵심인데, 이원화된 구조에선 책임 소재조차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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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성과주의, 국민 부담 가중

국민 생활에도 직결되는 전기요금 문제는 불안 요인이다. 기후부가 전력 정책을 맡게 되면서 탄소 감축 목표를 앞세운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산업통상부는 요금 억제를 원할 수 있어 양쪽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당장 정부조직개편 이후 새로 마련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부터 원전 정책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 정책이 출렁일 경우, 기업은 물론 가계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기후부 신설로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과도한 재생에너지 목표 설정, 급격한 화석연료 축소 같은 성과주의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 오히려 산업 현장의 충격과 국민 생활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 학계에서도 "기후부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적 정합성과 실행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성급히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기후부 신설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럽 일부 국가가 기후와 에너지 부처를 통합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본 사례를 참고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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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만의 대수술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될지, 아니면 산업·통상 정책에 새로운 혼선을 불러올지는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협업 구조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기후부와 산업통상부 간 협력 구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 모두 놓칠 수 있다"며 "지금은 장밋빛 기대보다 현실적인 위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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