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2000명 규모의 포로 교환에 구체적 합의
종전 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3년 만에 마주 앉은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영원히 전쟁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국 대표단 협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간 3국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맥이 빠진 채 시작된 협상은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만 극명하게 확인한 채 90분 만에 끝났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측 대표단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아마도 이 테이블에 있는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잃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영원히 전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텔레그래프도 메딘스키 보좌관이 회담장에서 "우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스웨덴에서는 21년 동안 싸웠다. 당신들은 얼마나 싸울 준비가 돼 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협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점령지를 내놓으라고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가 침공 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넘기라는 요구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에 항의하자 러시아 협상단은 "다음번에는 5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2000명 규모의 포로 교환에 대해서는 구체적 합의에 이르렀고, 추가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전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 개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회담은 당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도 요청하면서 3국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불참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실질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양국은 대표단의 자격과 회담 시간 등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 끝에 예정보다 하루 늦게 겨우 협상을 시작했고, 휴전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원론적인 수준만 논의한 채 사실상 '빈손'으로 헤어졌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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