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의 반도체 장비회사 HPSP 매각이 연기됐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잠재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탓에 제값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일 HPSP는 크레센도가 등록한 펀드인 '프레스토제6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보통주 3280만주(39.42%)를 특수목적법인(SPC) '히트2025홀딩스 유한회사'에 현물출자함으로써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펀드에서 신설 SPC로 서류상 최대주주만 바뀌었을 뿐, 실소유주 크레센도는 변함이 없다.
크레센도 측은 이에 대해 "리캡(Recap, 자본재조정) 등 원활한 투자 회수를 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며 "이로 인해 해당 SPC가 HPSP의 최대주주로 변경됐으나, 크레센도의 HPSP에 대한 경영권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리캡을 통해 2017년 풍산그룹에서 HPSP를 사들일 당시 출자자(LP)들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크레센도는 올 초 예비입찰을 실시해 MBK파트너스, 블랙스톤, 베인캐피탈 등 글로벌 프라이빗에쿼티(PE)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 리스크에 따른 반도체 산업 여파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크레센도의 주가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가격 이슈가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센도는 2조원 가량에 매각할 의도를 가졌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최근 HPSP 시가총액은 그에 못미쳤다.
크레센도 측도 "시장 상황 속에서 우량 자산의 매각을 서두르기보다 관심 있는 매수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여, 가격 등 적정한 거래 조건이 충족되는 시점에 성공적으로 회수를 완료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크레센도는 HPSP가 만드는 장비의 기술적 해자가 지속된다는 판단하에 반도체 사이클이 좋아질 시점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수소를 다루는 공정 때문에 신규 경쟁사 승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HPSP 독점력이 최소 5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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