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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바둑을 넘어선 타개의 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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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점(脈點)은 바둑에서 앞을 내다보는 가장 효과적인 수를 의미한다. 세력을 넓히고자 할 때도, 생사의 갈림길에 설 때도 타개(打開)의 우선순위는 맥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단숨에 판을 주도하며 승기를 잡게 하는 수. 대국에 참여한 기사라면 누구나 승부의 고비에서 맥점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그걸 발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엉킨 실타래처럼 꼬인 바둑을 더 어지럽히는 수에 손길이 가는 게 보통의 사람 심리다. 자기는 맥점이라 여길지 모르나 상대를 이롭게 하는 자충수로 귀결된다는 의미다. 승부처에서 유혹의 덫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의 폭과 관련이 깊다. 당장의 어려움을 벗어나는 데 주력하다 보면 시야는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수담(手談)]바둑을 넘어선 타개의 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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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맥점과 거리가 먼 수를 두고 자기 패배를 재촉하는 것도 이런 이치다. 한판의 바둑은 인고의 과정이다. 욕심이 과하면 화로 이어진다는 교훈은 늘 명심해야 할 격언이다. 거센 풍랑이 와도 침착함을 견지해야 난국을 헤쳐 나갈 지혜가 떠오른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속수의 늪에 빠져 결국은 파국으로 귀결된다.


맥점에 다가섰다고 하여 흥분하는 것도 금물이다. 맥점에 착점해도 그게 승부의 끝은 아니다. 일단 판을 유리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도 정수(正手)를 계속 둘 줄 알아야 자기가 원하던 바둑 모양을 완성하는 법이다.


맥점의 교훈은 바둑의 영역을 넘어 정치에도 통용된다. 2025년 1월, 혼돈의 정국에서 여야는 각자가 원하던 타개의 맥점을 찾아낼까. 흥분의 언어가 넘쳐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당장의 승부에 집착해 자기의 길을 잃어버리는 모습도 보인다. 정치를 왜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라 칭하는지 그 이유를 곱씹어볼 때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적으로 여기면 결말은 불행하다. 상대를 공격하는 데 활용하던 벼린 칼날이 어느새 자기를 겨누게 될 수도 있다. 혐오의 칼춤이 창궐하면 대한민국 공동체의 토양만 척박해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로 이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세상을 물려줘서야 되겠는가.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상대 시선으로 자기 행동을 점검하다 보면 어려움을 헤쳐 나갈 맥점에 다가설 수 있다. 대한(大寒) 추위가 휘몰아치는 계절에만 정치를 하고 말 생각은 아니지 않은가.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에도 정치의 길은 이어져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살아 숨 쉬는 정치 말이다.





류정민 정치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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