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혼란으로 경제피해 최소 수십조원
초당적 협의로 경제살리기 나서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타난 정치 혼란이 우리 경제에 끼친 피해는 얼마일까. 유·무형의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계엄 사태는 우리 원화 가치를 실시간으로 폭락시켰다. 계엄 당일 밤에만 원·달러 환율은 실시간으로 장중 40원가량 급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세계적인 경제위기 사태 때나 겪었을 법한 원화가치 하락이 국내 정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한 달 동안 5.3% 뛰었다. 전 세계 주요국 통화 중에 전쟁 중인 러시아(6.4%)를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환율 급등은 우리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축나게 했고, 결국에는 국민연금까지 동원하게 했다. 국민연금은 나랏돈이 아니고 우리가 매달 내는 피 같은 노후자금이다. 계엄으로 우리가 노후에 쓸 돈까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계엄은 증시도 공격했다. 계엄사태 다음 날인 12월4일부터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했던 12월 말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순매도한 자금은 1조9000억원에 달했다. 코스피는 신저가로 추락했다. 12월에 외국인이 매도한 국채선물은 18조원이 넘었다. 연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최근 분위기가 어느정도 반등했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논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세 번째는 소비다. 경기가 안 좋아서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소비심리가 계엄사태 이후 곤두박질쳤다. 한은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계엄사태 이후 송년회와 여행 등 연말행사가 대거 취소되고, 외식이나 외출도 줄면서 자영업 경기는 역대 최악 수준이다.
조기대선 가능성으로 인한 선거비용, 환율급등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 가능성 등도 모두 정치적 혼란에서 촉발된 경제비용으로 꼽힌다.
계엄사태로 촉발된 경제악화를 수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인터뷰한 국내 경제 석학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적극적 확장재정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은 "정치적 혼란으로 경제 피해가 너무 크다"며 "경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서라도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정치와 분리돼 정상 작동한다는 것을 해외에 보여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금리인하와 정부의 확장재정 역시 필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장은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 등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통해 민간소비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자들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우려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의 붕괴, 하락하는 잠재성장률, 급변하는 국제정세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가 더 빠르게 나빠질 수도 있다고 봤다. 경제 문제 앞에서는 싸움을 멈추고 한시라도 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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