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의 분만유도제 '옥시토신' 품절 선언으로 산부인과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중외제약은 인도산 원료 수급 문제로 11월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전국 분만 산부인과에 공문을 발송했다. 다행히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공급 재개 시점을 한 달 앞당겨 12월 4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품절 사태는 출산을 앞둔 예비맘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공포감을 안겼다는 평가다.
옥시토신은 분만 과정에서 자궁 수축을 돕는 필수 의약품이다. 자연분만은 물론 제왕절개 수술에서도 필요한 약제로, 이 약이 없으면 분만 과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옥시토신이 없으면 분만 시간이 크게 늘어나 자연분만을 못하고 거의 대부분의 산모가 제왕절개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제왕절개 수술 시에도 수술할 때 옥시토신을 투여해 봉합한 자궁이 수축하게 해야 하는데, 이 약이 없으면 자궁 출혈이 멈추지 않고 심한 경우 자궁 적출까지 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시토신은 마치 우주선의 핵심 나사와 같은 존재다. 우주선 발사에 나사 하나가 빠져있으면 발사 자체가 안 되는 것처럼, 옥시토신이 없으면 아기를 낳는 분만 전 과정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진행될 수 없는 핵심적인 필수 의약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옥시토신 시장은 JW중외제약이 75%, 유한양행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외제약의 독점 의약품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중외제약은 품절을 알리며 유한양행 제품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지만, 유한양행 측은 "올해 공급분이 이미 소진됐고, 생산 능력으로도 중외제약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의료기관들 입장에서는 도매상들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중외제약 제품이 없어 유한양행 제품을 공급받아 써야 한다고 해도 물류상으로 쉽게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만 유한양행은 지난주부터 생산을 재개해 최대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중외제약은 작년 8월에도 낮은 약가로 인한 원가 부담을 이유로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중외제약은 약가가 낮아 원가 채산성이 맞지 않아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식약처에 통보했다. 이미 그때도 복지부와 보험 약가 인상 조정과 관련된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외제약은 당시 약가 인상이 결정되어 적용되면 그때부터 제품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복지부가 작년 10월에 약가를 40% 올려주며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품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옥시토신은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어 제약사가 임의로 생산을 중단할 수 없다. 현재 약가는 앰풀당 273원에 불과하다. 분만 과정에서 필수적임에도 약가가 매우 낮게 책정된 탓에, 제약사들의 생산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작년 기준 JW중외제약의 옥시토신 매출은 1억 4천만원, 유한양행은 4400만원에 그쳤다. 양사의 전체 매출이 각각 7500억원, 1조 8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단순히 한 번 투여하고 끝나는 약이 아니다. 분만 과정에서 기초 수액에 두 앰풀씩 넣어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이다. 분만에 5~10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량은 상당하다. 앰풀당 약값은 싸더라도 아기를 낳을 때 5시간이 걸리든 10시간이 걸리든 계속 투여를 해줘야 하는 약이니 사용량 자체는 굉장히 많은 셈이다.
현재 분만 의료수가는 포괄수가제로 운영되어 건당 79만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는 분만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약제와 의료행위를 포함한 금액이다. 다른 의료행위들이 행위별 수가제로 운영되어 주사 하나 넣을 때마다, 약 하나 쓸 때마다 비용이 차곡차곡 올라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포괄수가제가 분만 산부인과의 적자를 심화시키고 폐업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는 의료 사태가 발생하고 대학병원들의 응급실 사태로 인해 복지부가 예정에 없던 건강보험 예비비를 한 달에 천억 원 이상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약가 인상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퇴장방지의약품은 공공재인 대중교통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시내버스나 지하철처럼 비싸게 요금을 받지는 않지만, 보조금을 주거나 요금을 적절히 책정해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의약품 자체는 공공재는 아니지만, 필수의약품의 경우 이러한 방식으로 약가가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분만유도제 옥시토신은 단순히 지금 아기를 가진 예비맘뿐 아니라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아기를 가질 딸을 둔 부모들에게도 중요한 의약품이다. 약이 없으면 딸이 아기를 낳지 못하거나 출산 과정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가족의 관심사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 관료들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국가적 이슈다. 인구 절벽 시대의 의약품이자 출산을 지원해 국가의 인구를 유지시키는 데 핵심이 되는 의약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외제약이 앞으로는 여유 있게 원료를 수급해 옥시토신 공급 중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1년에 한 번씩 품절되거나 공급이 중단되는 그런 사태를 만들지 말고,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출산을 앞둔 예비맘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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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기자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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