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지구 윤곽 살펴보니
장기전세2 공급 물량 절반 이상, SH공사 역할 커져
LH와 SH공사가 구역 나눠 개발할 가능성도
2만가구 중 통합공공임대 4000가구로 추산
역세권 개발에 민간 사업자 참여 가능성도, 일부는 분양
서울 서초구에 2만가구를 공급하는 서리풀지구 택지개발사업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택지개발사업임에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업의 절반을 개발하도록 공동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관계로 분양주택과 구분해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신분당선 추가역 신설을 검토하면서 민간 사업자들을 역세권 복합개발에 일부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며, 민간 분양 물량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수도권 내 그린벨트(개발재한구역)를 해제해 올해와 내년 각각 5만 가구, 3만 가구 등 총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을 발표했다. 사진은 9일 그린벨트 해제지로 유력 거론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서리풀지구 LH와 SH공사 5:5 개발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국토부는 서리풀지구 개발을 LH와 SH공사가 각각 5:5 비율로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시행자를 빨리 지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절반씩 공동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리풀지구에 공급되는 주택 55%(1만1000가구)가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2(미리내집)인데다, 향후 임대주택 관리 등을 위해서라도 SH공사의 비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리풀지구에 장기전세주택이 상당수 들어가고 LH는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해 본 경험이 없다"며 "서울에 위치한 택지이고 장기전세주택과 관련해서는 SH공사가 더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공동 시행에 공감하고 있으며 LH, SH공사와 조만간 만나 공동 시행에 관한 세부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사업 시행을 LH와 SH공사가 공동사업으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토지를 민간에게 분양하기보다는 대부분이 공기업이 직접 짓는 공공주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시행 비율과 함께, 각자의 역할에 관해서도 여러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구 내 분양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구역을 나눠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SH공사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LH가 먼저 진행할 건 진행하면서 협약을 하게될 것이고, 구역(블럭) 별로 개발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 떨어진 SH공사 적극 참여 의지
개발사업 일감이 부족한 SH공사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택지개발사업은 공기업들의 주 수익원이다. 토지를 사들여 보상하고 분양해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서울의 경우 개발 가용지가 부족해 SH공사는 마곡지구 이후 신규 대규모 택지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GH 등 지방 주택 공기업들은 LH가 지역 택지개발 사업을 전적으로 도맡는 것이 과도하다고 지적해왔다. 3기 신도시 사업의 경우 LH가 80%, GH는 20%의 비율로 공동 시행을 맡았다.
박승진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향후 택지개발과 주택 건설을 누가 맡을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서울시 부지만큼은 SH공사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거 LH가 중랑구 양원지구에 대규모 택지개발을 진행했으나 택지개발 이후 지역주민과 입주자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시의원은 "LH에게는 그저 수많은 사업지 중 하나였고 이익만 보고 떠나버린다"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 주도의 택지개발은 LH가 주도하거나 참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았다. LH와 SH공사가 공동 사업시행을 맡았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경우 LH가 75%, SH공사는 25%를 개발했다.
정부가 수도권 내 그린벨트(개발재한구역)를 해제해 올해와 내년 각각 5만 가구, 3만 가구 등 총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을 발표했다. 사진은 9일 그린벨트 해제지로 유력 거론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역세권 개발해 민간 분양 물량도
서리풀지구 내 민간 분양 주택도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역세권 근처에 소규모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진 차관은 "과거 보금자리주택과 달리 민간처럼 순수 분양하는 것은 역세권 주택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하는 만큼 공공성을 확보해야하는데 역세권 등 민간의 참여가 필요한 일부 구역만 개발하는 방식 등 최소화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리풀지구에서 공급하는 2만가구 중 장기전세주택(1만1000가구)을 제외하고, 통합공공임대를 최대 20%(최대 4000가구)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분양 물량은 25% 이하인 5000가구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번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공공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개발을 제한해왔던 토지인 그린벨트를 해제한 만큼 ‘공공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는 측면에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반값 아파트’라 불리던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 분양 받은 개인들이 시세차익을 독점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서리풀지구 대부분이 원형지로 공급이 가능해 빠르게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업 추진 속도는 보상과 직결돼있어 원형지 공급 뿐 아니라 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진 차관은 "서리풀지구는 원형지 상태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원형지는 지형을 살릴 수 있어서 보다 신속하게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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