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체결 이래 남북관계 이정표…"내주 '통일삭제' 개헌과 함께 파기할 수도"
북한이 오는 7일 '통일'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신설하는 개헌을 단행하는 자리에서 33년 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도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가 내다봤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 12월 13일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체결된 이래 남북관계 이정표 역할을 해온 역사적 합의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이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없애고 '해상국경선' 규정을 반영한 개헌을 예고한 만큼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 파기안이 함께 처리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문은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와 불가침 이행·준수 부속합의서 10조는 해상 불가침 구역을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합의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이러한 정신과 내용은 올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헌 지시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북한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하는 절차를 거쳤기에 개헌을 다루는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북한은 앞서 경제 분야 합의서를 지난 2월 파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제도화를 지속하는 한편 영토 조항 신설 등으로 우리 사회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고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 후 자신들이 원하는 북미 구도를 만들기 위해 '북한은 명백한 핵보유국', 한반도는 영토분쟁 지역'과 같은 메시지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놓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이 곧바로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개헌 후 수정된 헌법 전문을 시차를 두고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관련 조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경의선 통일다리 옆 철도용 교량의 상판이 모두 철거된 것으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또 외무성이 대남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개편이나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한편 정부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 6월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비준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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