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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유럽의 코리빙, ‘따로 또 같이’ 주거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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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니어트렌드②

[시니어트렌드]유럽의 코리빙, ‘따로 또 같이’ 주거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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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7월 23일 시니어 주거시설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부동산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시니어 업계 전반에서 의미, 사업기회, 앞으로 방향성 등에 대한 민간과 학계의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8월 16일에는 써드에이지(주)의 주최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이후’ 세미나가 열렸다.


정부 발표와 세미나에서 한국의 경우 ‘고령친화 주택’이 아직 부족하고 수도권과 아파트에 집중화된 주거 형태가 문제라는 인식은 동일했다. 하지만, 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에 대해 정답이 없기 때문에 결론은 크게 달랐다. 사실 모두에게 좋은 집은 없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시니어들이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AIP: Aging In Place)’를 바랬다. 우리는 투자의 관점보다는 ‘살아가는 공간’으로 은퇴 후의 거주 지역과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고민해볼 만하다.

북유럽에서는 이상적인 ‘따로 또 같이’ 고령자 주거 시스템이 시작됐다. 복지 천국답게 일찍이 ‘시니어 코하우징(Co-housing)’을 개발했다. 거주자들이 개별 생활과 공동체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협동 주거 형태다. 공동생활 시설과 소규모 개인 공간으로 구성된다. 주민들이 상호협동을 통해 스스로 단지를 관리하고, 돌보며, 필요에 따라 지역사회에 보호를 신청하기도 한다. 이는 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노인들을 위해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소규모로 구성된다. 196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된 코하우징은 1980년대 스웨덴, 노르웨이 등으로 확산했고, 이후 영국, 독일 등으로 전해졌다. 나라별 실정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고령화 주택과 복지시설로 자리잡았다.


핀란드에서는 매매형 코하우징의 원조 격인 ‘로푸키리(Loppukiri)’가 유명하다. 수도 헬싱키에서 차로 15분, 아라비안란타 해변의 마을에 있는 실버하우스로 입주자의 평균 나이가 70세 이상이며, 총 7층 58채의 독립아파트와 공동시설로 구성된 시니어 공동체 마을이다. 건강한 노인이 허약한 노인을 챙기는 노노돌봄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웨덴의 둔데르바켄(Dunderbacken)에는 60가구, 70여명이 함께 산다. 평균 연령은 70세다. 거주자는 욕실, 주방, 침실이 있는 개인 주택(private dwelling)에서 살면서, 대형 주방과 식당, 독서 공간, 취미실 등이 있는 공용공간(Common house)을 공유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꾸려나간다는 원칙을 따른다. 주민들이 돌아가며 식사와 청소 당번을 맡는 자율형태로 운영되고, 따로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수리 등은 외부 자원을 그때마다 활용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필요와 선호에 따라 취미활동을 할 수 있고, 당번제에 따라 공동 식사 준비나 공용 공간 청소를 한다.


북유럽의 공동 노인주택 조합들은 공간 설계와 공동생활 규칙까지 직접 만들며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각자 집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 새 거주자가 들어오려면 기존 거주자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에 더 나아가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필요사항을 협상하며 해당 지자체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시니어 세대에게는 실거주자로서 기존 요양원보다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도 하고, 정부가 사용해야 하는 복지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고 한다.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간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코하우징이 증가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동시에 나이를 먹다 보니 점점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를 적극 유치해 협력과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주거난으로 도심에서 밀려나는 청년들을 받아들여 낙상 위험 등으로 인해 다소 어려운 전구 교체 등을 부탁하고, 또 시간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노인들이 느슨한 형태로 아이들을 돌봐주는 등 새로운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자유롭지만 외롭지 않은 홀로 생활’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특히 선진국들은 고독사 문제에 더 일찍이 직면했는데, 2018년 영국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신설할 정도로 사별한 노인 등 1인 가구 정책을 국가의 중요한 의제로 삼고 있다. 시니어들은 연금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더라도, 젊어서부터 살던 주택과 정원 관리가 부담되고 퇴직 후 사회적 교류가 줄어든다. 이에 코리빙은 대안 주택으로 시작됐지만, 장점이 많다. 이웃과 서로 돕고 교류하면서 인지증 저하를 멀리하고, ‘공동식사’를 매개로 하여 만찬을 즐기는 등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또, 은퇴후 시니어들이 가진 유휴 인적자원을 활용해 공동체에 봉사한다.


우리도 본격적으로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은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마침 정부를 비롯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나이듦에 따라 어디서 살아갈 것인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선진국은 이미 시행착오나 실험을 거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각국의 선행 사례 연구를 통해 실수는 줄이고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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