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5년 새 51건→612건
사고 원인의 절반은 '과충전' 때문
배터리 안전대책 시급한데 논의 요원
지난해 1월 2일 캐나다 토론토의 한 지하철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 자전거가 폭발해 불이 난 모습. 해당 사고로 한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캐나다국영방송
최근 5년간 전기차를 제외한 배터리로 인한 화재사고가 2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의 보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긴급회의에 돌입한 가운데 전기차뿐 아니라 전반적인 배터리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를 제외한 배터리 화재 건수는 총 612건이다. 2019년 51건에서 매해 늘어 지난해 179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동킥보드 화재가 46건에서 114건으로 늘어 비중이 가장 컸다. 전기자전거는 2건에서 42건으로 21배 늘어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기준 휴대폰 배터리 화재는 12건이었고, 전기오토바이가 9건, 전자담배가 2건이었다.
화재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과충전이었다. 전체 화재 612건 중 51%에 달하는 312건이 과충전 상황에서 발생했다. 비충전 중 화재는 60건으로 9.8%에 불과했고, 주차 중에 발생한 화재는 49건으로 8% 남짓이었다. 수리 중 화재는 45건(7.4%), 충격 17건(2.8%), 사유 모름은 85건(13.9%)이었다.
화재사고의 증가는 전기·전동 방식의 이동수단 보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10만7000대다. 2018년에는 전기자전거 판매량이 2만4000대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약 4.5배 증가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의하면 운영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 대수는 2022년 기준 3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났다.
배터리 안전대책 시급한데 논의 요원
안전대책이 시급하지만 요원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전기차로 인해 불이 나자 이날 범정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기차와 관련된 사항만 검토됐고, 다른 이동장치의 배터리 안전대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각각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사용안전을 당부하는 홍보 캠페인 등이 전부다.
반면 외국에서는 배터리 안전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2020년 44건이던 배터리 화재가 지난해 9월 기준 200건까지 늘었다. 전기자전거의 화재가 53건(26.5%)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화재 사유는 충전이 90건(45%)에 달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해 ‘리튬 배터리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배터리 이동기기 안전인증 제도 의무화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 1월에는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가 “인증 없는 리튬이온 배터리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전기자전거와 스쿠터 화재가 2020년 77건에서 2022년 227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60명이 다치고 3명이 사망했다. 특히 지난 1월 켄싱턴 호텔에서 배터리 화재로 대형사고가 터질 뻔하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영국 제품안전 및 표준 사무국(OPSS)이 화재 원인이 됐던 배터리를 리콜하고, 공급을 중단하는 강제조치를 시행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검토하고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한편 국립소방연구원은 지난달 5일 배터리 ‘화재 대응 연구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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