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집 절반은 철거 가능한 노후 주택
용산구, 352채로 가장 많아…종로구 노원구도
세금문제, 도시정비사업 등으로 빈집도 늘어
7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옥인1구역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자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빈집이 눈에 띄었다. 창문이 뜯긴 빈집 내부에는 뿌옇게 먼지가 쌓인 의자와 식탁 등 폐가구가 가득했다. 옥인1구역은 도심 업무지구인 광화문과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서울시는 옥인1구역을 2016년 재개발구역에서 해제한 뒤 2018년 '역사문화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여전히 노후한 빈집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의 빈집 2채 중 1채가 불량 또는 철거 대상에 속하는 노후 빈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은 화재에 노출되거나 범죄장소로 악용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부동산원이 운영 중인 '소규모&빈집정보알림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의 빈집은 총 2972채로 집계됐다.
이 중 전체의 53%(1604채)가 지자체장이 직권 철거할 수 있는 '위해한 빈집(3~4등급)'에 속했다. 소규모주택 정비법에 따르면 불량등급인 3등급과 4등급에 해당하는 빈집은 위해한 빈집에 해당해 지자체장이 철거 또는 안전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서울의 경우 3등급과 4등급에 해당하는 주택이 각각 843채, 761채를 기록했다.
자치구 별로 보면 용산구의 빈집 비중이 가장 높았다. 용산구 내 빈집은 총 352채로 전체의 11.8%를 기록했다. 서울의 빈집 10채 중 1채는 용산구에 있는 셈이다. 종로구(322채)와 노원구(254채)가 뒤를 이었다.
빈집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타 자치구에 비해 추진 중인 도시 정비사업 건수가 많은 특징이 있다. 거주자가 재건축, 재정비 사업으로 주거 이전하게 되면서 통계에 잡힌 빈집 개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노원구 관계자는 "(노원구는) 옛날에 지은 건물이 많아서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정비구역이 많은 편"이라며 "임시로 재정비 구역을 정해놓고 협의 지연으로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철거 대상 수준의 집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도심 빈집이 증가하는 주된 원인으로 세금을 꼽았다. 빈집이 철거된 자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나대지(빈터)로 분류돼, 주택세보다 세율이 높은 토지세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현행 주택 세율은 0.05~0.4%에 불과하지만, 토지 세율은 0.2~0.5% 수준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과 나대지에 부과하는 세율에 차이가 있다"며 "나대지 세율이 더 높아 집주인이 철거 대신 빈집 상태로 집을 유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지연도 도심 빈집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조합원 간의 분쟁과 건축비 인상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늦어지면서 빈집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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