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자, 反트럼프 투표 성향 뚜렷
바이드노믹스 평가 엇갈려
"트럼프 때 호경기…사법 리스크 문제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은 미국에 재앙이 될 것입니다. 조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 미국 뉴욕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투표소가 설치된 뉴욕 아트·디자인 고등학교. 투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셰리 마우널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바이든이 당선돼야 한다"며 "트럼프는 본인만 생각한다. 미국인과 미국, 세계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소개한 그는 "트럼프만은, 트럼프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일찌감치 확정되면서 이날 열린 뉴욕주 프라이머리 투표소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투표소를 총괄하는 코디네이터인 마이클 부시맨은 "오전 10시까지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70명 정도"라며 "사전 투표가 이뤄진 데다, 보통 6월에 결정되는 대선 후보가 올해는 이미 확정돼 평소보다 투표율이 낮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투표소를 찾는 사람들은 그만큼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투표소는 대기줄 없이 한산했으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유권자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뉴욕이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만큼 투표소를 찾은 사람 중 상당수는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였다. 이들에게선 반(反)트럼프 투표 성향 또한 강하게 확인됐다.
출근길에 투표장에 들렀다는 30대 직장인인 클로이 킴은 "바이든 정책에 후한 평가를 하는 건 아니다"라며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60대인 엘리자베스 보우먼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바이든을 지지한다"면서 "그는 트럼프와 달리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여성의 낙태권 보장, 부자 증세 같은 바이든의 정책 역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투표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도 만날 수 있었다. 본인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라고 소개한 40대 여성 드루실라는 그가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때 경제 상황이 더 좋았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국내 일자리를 늘리려고 했다"며 "경제난 때문에 반드시 정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대선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사법 리스크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경합주 7곳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전·현직 대통령 지지자의 투표 성향에는 일부 차이가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의 4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싫어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 바이든 대통령이 싫어서 지지한다는 비율은 28%에 그쳤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지지층 중에서도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투표장에서 만난 60대인 마우널과 보우먼은 "미국 경제가 올바른 방향(right direction)으로 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got better)"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30대인 킴은 "미국 경제가 좋다고 하는데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물가는 너무 높고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한편 뉴욕을 비롯해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위스콘신에서 열린 프라이머리 결과는 이날 오후 9시 확정된다. 일찌감치 양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두 전·현직 대통령은 대의원을 추가로 확보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활기찬 모습으로 고령 리스크를 떨쳐내고, 전임자의 정책과 각을 세우며 현재 지지율이 앞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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