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테러는 '급진 이슬람' 소행"…100여명 목숨 구한 15세 영웅도 '이슬람'
푸틴 IS 테러 인정, 우크라 배후라 주장
100명 구한 이민자 소년, 최고 무슬림상
러시아 이슬람교도 2000만명 …당국도 고심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테러 현장서 100여명의 인명을 구한 이슬람 할릴로프(15·가운데)군이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1군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출처=X(옛 트위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테러가 급진이슬람주의자들의 소행이라면서 이들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서방 정보당국이 발표한 이번 테러의 배후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서 직접 언급하지 않고, 급진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도를 분리해 언급했다. 러시아 내 반(反) 이슬람 정서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종교갈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모스크바 테러에서 100여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 키르기스스탄 이민자 소년도 이슬람교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슬람 대응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푸틴 "급진이슬람주의 소행이지만 배후는 우크라"
25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발생했던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리스트들이 왜 우크라이나로 도피하려고 했는지, 그곳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한다"며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정말 러시아를 공격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에 답을 얻어야한다"고 강조했다. IS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소행임은 인정하면서도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은 것이다.
러시아 내 확산되고 있는 반 이슬람 정서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계속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를 선동도구로 쓰려는 전략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번 테러의 주요 용의자들은 IS가 많은 대원을 모으고 있는 타지키스탄 출신임이 드러났음에도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국영언론들은 증거가 없는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계속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다"며 "러시아 당국의 안보 실패를 최대한 가리고, 러시아 내에서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이슬람교도들과의 갈등도 부각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테러 현장 영웅 떠오른 15세 소년 '이슬람'…'최고 무슬림상' 수상
이번 모스크바 테러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 중앙아시아 출신 이슬람교도 소년도 테러현장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당시 테러가 발생한 공연장의 아르바이트생이었던 15세 이슬람 할릴로프(Islam Khalilov)는 테러 현장에서 100여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키리기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다. 테러 당시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의 외투보관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100여명의 관객들을 비상구로 인도해 안전한 다른 건물로 피신시켜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다.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은 그를 홈경기장에 초청해 1군 선수들을 만나게 해주고 시즌티켓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또한 러시아 래퍼 모르겐시테른은 감사의 표시로 100만루블(약 1400만원)을 전달했다. 러시아 내 이슬람교도 지도자인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가누트딘은 그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 이슬람교도 2000만명…관용정책 변경되긴 어려울듯
푸틴 정권이 이처럼 반 이슬람 정서를 최대한 막고자 하는 이유는 러시아 각지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을 의식한 정치적인 제스처란 해석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약 1억4000만명 정도인 러시아 인구 중 이슬람교도 인구는 2000만명에 달한다. 유럽 지역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들이 러시아에 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러시아는 다민족·다종교 국가"임을 강조하며 특히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여러 관용정책을 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그의 집권 이후 러시아는 중동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시리아 등과 깊은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진 체첸 반군 지도자인 람잔 카디로프 역시 이슬람교도다. 이러한 푸틴 정권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번 테러로 러시아 국민들의 반 이슬람 정서가 강해진다고 해도 러시아 정부의 이슬람교에 대한 관용정책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