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자본시장법 시행 15년, 새로운 금융 빅뱅을 꿈꾸다
주변국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2병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비정형성, 불확실성, 흑역사성은 그 누구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농담일 것이다. 하지만 발달심리학 측면에서 15세를 전후로 한 청소년기는 심신의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로 자본시장법 시행 15주년을 맞았다. 2007년 금융혁신을 통한 자본시장의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제정된 자본시장법이, 금융상품에 대한 포괄주의 도입, 금융업 간 겸영허용, 기능별 규율체제를 통한 ‘금융 빅뱅’의 비전을 제시하며 2009년 시행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제정 과정에서 진통도 만만치 않았다. 증권사 지급결제 안정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해상충방지를 명목으로 각종 규제가 신설됐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자본시장은 발육이 왕성한 청소년처럼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08년 2조3000억원이었던 5대 증권사 평균자기자본은 7조4000억원까지 늘었고, 300조원의 펀드순자산총액도 1000조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은 본래의 제정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계속 수렴 진화했다. 2013년 신설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한국형 투자은행의 탄생을 앞당겼고, 2020년 정보교류차단장치의 칸막이규제 등에 부분적으로나마 원칙 중심규제가 도입됐다. 2013년 대체거래소 설립근거 마련, 2015년과 2021년 두차례에 걸친 사모펀드 체제개편 역시 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한 주요한 제도 개선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2000포인트 중반대를 횡보하는 주가지수나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규제 강화, 아직 현재진행형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의 앞에서 법 제정 당시 꿈꾸던 폭발적인 시너지, 이른바 ‘금융 빅뱅’이라는 표현은 무색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증권사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이 새마을금고나 핀테크 업체에 뒤처진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으며 금융투자상품과 자산증대·관리 필요성에 관한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무엇보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최근 정부는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라는 모토 아래 자본시장 제도 선진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어쩌면 정부와 시장, 그리고 기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성장해 밸류업 할 수 있는 최적기일지 모른다.
우리 자본시장은 아직 비정형성, 불확실성, 흑역사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우리는 법 제정 당시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신과 비대면 거래 증대,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사적연금 수익률 개선 필요성, 아직 부족한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굵직한 현안에도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심신의 성장통을 차분히 감내해 온 우리 자본시장은 이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어른이 될 채비를 마쳤다. 슬기롭게 이 시기를 극복한다면 15년 전 그리던 ‘금융 빅뱅’은 요원한 비전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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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대외정책본부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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