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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집값 띄우기 앞에 선 '이생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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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집값 띄우기 앞에 선 '이생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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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안방극장에는 회귀물이 넘쳐난다.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 이번 생에서는 도저히 어려운 복수나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들이다. ‘이재, 곧 죽습니다’(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MBN), ‘내 남편과 결혼해줘’(tvN) 등이 최근 작품들이다. 회귀물의 대표작인 ‘재벌 집 막내아들’(JTBC)의 선전(최고 시청률 26.9%) 이후 회귀물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이런 회귀물은 과거 ‘백투더퓨처’식 시간여행에 그치지 않는다. ‘인생 리셋’ 이후 개인의 욕망 그 자체에 집중한다.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과거를 바꿈으로 인해 현재에 미칠 영향 따위를 걱정하지 않고, 한 주인공의 인생 역전에만 집중한다는 얘기다.

회귀물의 인기는 젊은 세대의 좌절감에서 비롯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삶에 대한 절망감, 반짝이는 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 수저의 색을 바꾸는 것을 떠나, 연애·결혼·출산 등 생애주기 내 거사를 치르는 것조차 이번 생에는 어렵겠다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식 체념이 회귀물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좌절감은 무너진 주거 사다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월급만 가지고 서울에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 됐다.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5.2년을 모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월급을 한 푼도 안 쓴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15년간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서 분양 아파트 청약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평균 10억원으로 집계된다. 분양가는 통상 주변 지역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는데, 이 분양가의 평균가는 지난해보다 28.4%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임금 총액 증가율은 2.7%를 겨우 넘었고,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0% 줄었다. 인생에 별다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이생망‘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정부는 집값을 더 올릴 모양이다. 대통령은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했다. 오피스텔 등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고도 했다. 노후 아파트를 비롯한 서울 시내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것들이다.


젊은 세대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인생 리셋’을 위한 선택에 들어가야 하는 입장이 됐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아파트를 장만해 인생 역전을 노리거나, 익숙한 절망감 속에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그 어느 것도 이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안겨줄 답으로 적절치 않다.


그런데 이런 집값 띄우기는 안타까운 선거철의 모습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한 번 오른 집값은 쉽사리 내리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의 좌절감은 계속되고 생애주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높은 집값으로 인한 불분명한 거주지와 불안한 미래는 결국 저출산(국토연구원·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2023)으로 이어진다. 결국 정부의 리셋은 선심성 토건 정책이 아니라, 이 절망감을 해소하는 것에서 출발했어야 한다.





황준호 건설부동산부장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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