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너무 믿었나…4분기 화장품 적자
'중국→글로벌, 프리미엄→기능' 변화
신년사서 미국 시장 '더후' 진출 언급
단기 실적 반등은 어려워… 변화 '긍정'

LG생활건강이 럭셔리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후’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반년 전 더후 ‘천기단’ 라인을 중국 시장에서 선보였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새로운 돌파구로 미국을 낙점하고 외형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9일 화장품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3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한 달간 제출된 증권가보고서를 토대로 추산한 수치로,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대비 67%나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영업이익의 발목을 잡은 것은 화장품이다. 관련 업계에선 화장품 부문이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회사가 집중했던 ‘럭셔리’와 ‘중국’이란 키워드가 적중하지 않았던 탓이다. 회사는 지난해 8월 중국시장에서 대규모 브랜드 홍보 행사를 열었다. 2019년 이후 4년여 만이었다. 13년 만에 리뉴얼을 단행한 더후 천기단을 소개하는 자리로, 중국을 첫 국가로 선택한 것도 코로나19 이전 중국 시장에서 얻었던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중국 시장 매출의 80~90%는 더후에서 나온다.


중국 시장 칼바람…LG생건, 美 공략 드라이브
AD
원본보기 아이콘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도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기대만큼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소비자들이 비싼 화장품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중저가의 자국 제품을 더 찾자 화장품 매출의 50% 이상을 담당했던 중국향 매출(중국법인+면세)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 중국법인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 넘게 고꾸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이궁 발 매출이 줄면서 면세점도 두 자릿수 대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후를 이을 고급브랜드로 키우고 있던 ‘숨’과 ‘오휘’의 중국 매장 철수 비용까지 반영되면 이익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중국을 너무 믿고 있었던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미국시장에 화력을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그동안 기능성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보폭을 넓혔다면, 올해는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럭셔리 라인으로 대형 글로벌 브랜드와 맞붙겠는 것이다. 현재 LG생활건강은 비 럭셔리 라인인 ‘빌리프’와 ‘더 페이스샵’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선보였다. 최근에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미국법인이 방문판매 사업을 하는 자회사 ‘더 에이본(The Avon)’의 푸에르토리코 지역 사업장(80억원)을 매각하고 직원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실적 개선을 위한 밑작업인 셈이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더후 ‘천기단’ 라인의 대규모 브랜드 홍보 행사 당시 중국 연예인 판청청의 모습.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더후 ‘천기단’ 라인의 대규모 브랜드 홍보 행사 당시 중국 연예인 판청청의 모습.

원본보기 아이콘

이러한 기조는 이정애 대표의 신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중국과 미국 시장을 고루 언급하며 두 시장 모두 공략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중국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고, 특정 제품인 더후를 거론하며 미국 시장에 럭셔리 라인업을 함께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관련 매출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고, 미국이나 다른 시장 쪽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매출 비중이 작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더후는 대형 럭셔리 글로벌 브랜드를 티깃으로, 현재 미국에서 잘 팔리는 더페이스샵의 경우 젊은 세대들을 타깃으로 두고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더후를 잇는 럭셔리 브랜드 오휘와 숨에 대해서는 리브랜딩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미국 시장 진출 재료로는 꼽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D

다만 LG생활건강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부진한 틈을 메우기에는 국내나 미국, 일본 매출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품의 기능과 가격의 합리성을 고려하는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중국향 수요반등은 미약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제품 리브랜딩, 미국 구조조정, 일본 사업 강화 등 투자로 인해 전반적으로 수익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