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보고서
지난해 35명 스스로 목숨 끊어…30%↑
"사회화 활동 위한 종합 대책 필요"

지난해 11월, 서울시 성북구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7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꽤 진행된 상태로 사망 시점은 10여일 이전으로 확인됐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주민센터의 1인 모니터링 대상이었다.


그러나 평소 인근 주민과 교류가 거의 없고 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 탓에 신체적·정신적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A씨 자택 앞에는 날짜 지난 요구르트와 발송된 지 2주가 넘은 도시가스 지로용지가 놓여 있었다.

정부가 영구임대주택 확대 등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주거 환경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주거 환경 마련에서 나아가 소외 계층을 완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자살률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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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발간한 '영구임대주택 입주자의 사회적 고립과 자살 예방을 위한 지원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영구임대주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모두 35명으로 직전 연도(27명)와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영구임대주택 자살 건수는 2019년 45건에서 2020년 29건, 2021년 27건으로 잠시 줄었는데, 지난해 35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을 웃도는 수치다. 2022년 영구임대주택 세대수는 약 2만1000개로, 이를 모두 1인 가구로 가정할 경우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10만명당 자살률은 최대 32.5명에 이른다. 2022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5.5명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도 30%가량 높다.


영구임대주택은 임대 기간이 50년 이상 혹은 영구적인 공공임대주택의 한 종류로, 50년 임대주택, 국민 임대주택 등 다른 공공임대주택보다 임대 기간이 길고 보증금이 저렴한 까닭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이 주로 거주한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18년 20만7000세대에서 2022년 21만5000세대로 영구임대주택 세대수를 약 3.8% 늘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살률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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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단순한 주거 지원에서 나아가 소외 계층의 사회 활동 참여를 위한 복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소득층은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고립, 위축돼있을 가능성이 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마련된다고 해도 우울감, 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구임대주택 단지 내 '사회복지관 활성화'를 중요 과제로 꼽았다. 2017년 이전에 설립된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주택법에 따라 단지 내 사회복지관이 의무로 설치돼있다. 그러나 지자체로 운영이 위탁된 경우가 많아 대부분 복지관이 예산과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전 교수는 "대부분 영구임대주택에는 사회복지관이 설치돼 있지만, 세대수와 비교해 인력과 예산이 적어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에선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이들이 제 기능을 하도록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복지사 인력 충원'을 제언했다. 주거복지사는 정부가 2019년 취약 계층의 고독사와 우울증 해소를 위해 영구임대주택에 배치한 전문인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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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올해까지 111개 단지에 이들을 배치했으나, 그 조건이 LH 소유의 '500호 세대 이상 대단지'로 한정된 탓에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석 교수는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가운데는 복지 서비스를 거부하는 이들도 많다"며 "이럴 경우 옆에서 밀착 케어할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주거복지사 충원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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