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구 기본권 과도하게 제한할 수도" 우려

재난재해 구호 모금 전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 개정안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재해구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협회는 배분위원회 운영 결과를 공개하고 의연금 회계는 물론이고 기본 재산의 취득 지도·감독, 시정명령 등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벌칙조항도 강화됐다. 앞서 행정안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의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위원장 대안으로 법사위로 넘겼다.


[이미지제공=희망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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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구호협회는 26일 자료를 내 개정안의 내용과 취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협회가 사실상 정부의 산하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우선 "현행 배분위의 문제점 때문에 재해구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그동안 배분위 활동에서 어떤 흠결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적시해야 한다"면서 "행안부는 2018년, 2020년, 2023년 등 최근 들어서만 세 차례나 협회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실시했으나 국민 의연금 배분에서 어떤 문제점도 적발하지 못했다. 이는 의연금 배분이 매우 투명하고 적절하게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의연금 모금과 관리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국민이 낸 귀중한 성금을 '선심성 행정'에 사용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협회 기본재산의 취득·매매·임대·담보 등에 대해 정부의 허가 조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불응 시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 등을 담고 있는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민간기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이 정한 최소침해성 및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적십자사 등 유사한 다른 구호 모금 기관에 대한 규제와 비교해봐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잉 입법이다. 협회는 정부로부터 출연금이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순수 민간단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법의 경우 주무부장관이 금고 또는 중앙회의 임직원이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정관으로 정한 절차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관련 임직원에 대하여 해임·면직, 직무 정지·정직, 감봉, 견책, 경고 등의 조치를 하거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 대한 벌칙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협회는 "재난이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다양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지혜를 짜내는 일이 더욱 긴요하다"면서 "법안 개정을 둘러싼 불필요하고도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 국민의 안전과 이재민 구호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협회,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법안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고, 국민 안전과 재난구호의 미래지향적 민관 협력 시스템을 정비하기를 기원한다"고 호소했다.

정부와 국회에서 협회에 대해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의혹이 언론 보도와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기되면서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10일 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를 벌인 결과, 채용 절차 위반과 성금 부정 사용 등 총 17건의 조치 요구 사안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런 결과를 협회에 통보하고, 법률 위반 혐의가 있는 사안은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행안부 등이 협회에 통보한 결과를 보면 근로기준법 등 노무관리 미흡, 내규에 없는 외조부모상에 대한 경조금 지급 등 행정상 실수 및 규정 미비 등의 사안으로 이는 성실히 고치고 보완할 계획”이라면서도 “의연금 배분에 흠결 사항은 없었으며 행안부가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하는 것 자체가 협회가 이미 행안부로부터 철저한 지도감독을 받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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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갑작스러운 재난·재해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1961년 전국의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설립한 순수 민간 구호단체다. 1959년 태풍 ‘사라’ 피해 돕기 모금 운동을 계기로 ‘전국수해대책위원회’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1964년 전국재해대책협의회로 출범했고 2001년 재해구호법 개정으로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법정 구호단체로 재도약했다. 지금까지 1조6천억 원의 성금과 6천만점 이상의 물품을 지원해 1996년, 2002년, 2011년, 2017년, 2022년 다섯 차례 ‘재해대책유공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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