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국내 기업 부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에 이어 기업부채까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26.1%로 홍콩(267.9%), 중국(166.9%) 뒤를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 상승해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120.4%)와 비교해도 5.7%포인트 더 높아졌는데, 1년 사이 증가 속도 역시 러시아와 중국 다음으로 세 번째였다.
또 IIF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핀란드 등 주요 17개국의 올해 10월까지 기업 부도 증가율을 비교했는데, 우리나라는 약 40%(전년 동기 대비)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율이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래 거의 4년째 1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나라였다.
다만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101.7%)와 작년 3분기(104.8%)보다 각 1.5%포인트, 4.6%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처럼 가계신용 비율이 100%를 초과한 상황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며 “이 비율이 80%에 근접하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0%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95.2%), 태국(91.5%) 세 곳뿐이었다.
한국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8.9%)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9.9%)이었고, 싱가포르(170.8%)·미국(117.6%)·홍콩(103.4%)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44.2%)와 비교해 증가 폭(4.7%포인트)이 홍콩(23.3%포인트), 아르헨티나(8.1%포인트), 중국(7.1%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경제 규모를 크게 웃도는 한국 민간(가계+기업) 부문의 빚 규모는 4분기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 급증했고,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3000억원 뛰었다.
11월 들어서도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16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9조5581억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원)과 비교해 약 보름 만에 3조5462억원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3조4175억원(521조2264억원→524조6439억원) 늘었을 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3106억원(107조9424억원→108조2531억원) 증가했다.
가계가 아닌 기업(대기업+소상공인 포함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현재 766조3856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696억원 더 늘었다. 지난해 말(703조7268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은 62조6587억원 급증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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