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형벌의 굴레 갇힌 신화 속 인물
이재명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與 "이재명, 끝없는 죗값 받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네 번째 검찰 소환에 출석하면서 자신을 '시지프스'(Sisyphus·시시포스)에 빗댔다. 시시포스는 과거에도 정치권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굴레' 혹은 '희생' 등을 의미하는 비유로 사용돼왔다.


이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벌써 네 번째 소환"이라며 "저를 희생제물로 삼아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나.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저의 소명이라 믿는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할 것"이라며 "기꺼이 시시포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언급으로 소환된 시시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지옥에 떨어져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데, 바위는 산꼭대기에 이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때문에 그는 영원히 이 일을 되풀이해야 했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자신의 처지를 시시포스의 끝없는 형벌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로 한 차례 출석한 바 있다. 이날이 이 대표의 당 대표 취임 후 4번째 검찰 출석이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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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도 "이 대표가 시시포스를 닮았다"고 논평을 냈다. 다만 시시포스에 대한 해석차는 있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를 언급하며, 마치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부조리인 듯 항변했다. 시시포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며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시포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시시포스 형벌의 끝없는 굴레에 주목했다면, 강 수석대변인은 시시포스가 신에게 형벌을 받아야 했던 이유, 즉 그의 성격에 착안한 것이다. 시시포스는 교활하고 못된 지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시시포스는 과거 정치권에서도 여러 차례 비유 표현으로 등장했다.


2019년 12월9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비판하며 시시포스를 언급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 전환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대화와 도발하는 행태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희망 고문을 당하며 '시시포스의 형벌'을 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시포스가 받은 형벌은 한마디로 영원히 반복되는 굴레에 갇히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친화적 대북 정책 기조로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려고 시도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희망 고문이 된다고 주장하기 위해 시시포스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시포스는 큰 과제를 위한 반복된 희생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2017년 7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광주의 한 강연에서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광주의 역할을 시시포스에게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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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장관은 "광주와 호남은 시시포스와 같다. 지역 전체가 한국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희생을 반복했다"며 "우리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끝없이 민주화의 동력을 제공한 광주와 호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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