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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방부는 '국군포로의 희생'이 부끄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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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파악 및 송환' 法이 정한 국가의 책무
軍, 국군포로 급 나누더니…'부고'까지 막나
정부 구출 0명, 책임 못다한 70년 돌아보길

[기자수첩]국방부는 '국군포로의 희생'이 부끄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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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나이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국군포로는 북한에 억류된 채 수십 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2001년 일흔을 넘긴 나이로 탈북했던 생존자를 인터뷰한 지난달 26일, 또 다른 생존자 1명이 숨을 거뒀다. 향년 93세. 어딘지도 모를 탄광에 갇혀 평생 국가로부터 외면당했으면서도, 생전에 "조국을 위해 벽돌 한 장 놓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던 분이었다.


부고(訃告) 기사를 송고하자, 국방부는 곧바로 이름과 얼굴을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유족의 뜻'이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관이 장례식장에 조문을 간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300자 넘는 긴 사진설명으로, 정부가 예우를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국방부를 보면, 참전용사의 마지막 걸음까지 가려지길 원한 것이 정말 유족의 뜻이었을지 의문이 든다.

북한에서 온 국군포로의 가족은 부고가 알려지면 북에 남겨진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한다. 국방부가 국군포로에 대한 정보를 가리라고 요구하는 '유족의 뜻'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북에 남은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해 부고를 가리면서, '예우'를 선전하듯이 장례식장 사진을 공개한 모습은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정전협정 이래 70년 동안 국군포로를 단 1명도 구출하지 못했다. 더욱이 자력으로 탈출한 귀환 국군포로에 대해 급을 나눠 놓고, 80명 중 70명에 최저등급을 매겼다. 살기 위해 최소한의 협조를 제공한 경우마저 '간접적 적대행위'로 해석하는 기준에 의해서다. 목숨을 내놓고 붙잡힌 포로라는 사실을 간과한 잣대다. 기자와 만난 한 생존자는 "하루는 인민군 장교가 '정전협정이 체결됐으니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 하더니 일어난 사람들을 기관총으로 쏴 죽였다"며 "우리에게 '왜 진작 돌아오지 않았느냐' 물을 수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예우를 논하기에 앞서, 국방부는 국군포로의 소재·실태를 파악하고 송환해올 책임이 있다. 국군포로송환법 제3조는 이를 '국가의 책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소관 부처인 국방부는 사안을 전담하는 조직조차 만들지 않았다. 관심과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국군포로 송환 업무는 살상무기 비확산 등을 임무로 하는 '군비통제비확산정책과'에 더부살이 중이다.

부고를 막으면서 차관이 조문한 사진을 선전한 곳이 군비통제과다. 장례식도 국방부가 직접 챙긴 것이 아니라, 수년간 특정 시민단체에 예산을 넘겨 대신 치르게 했다. 생사를 넘나들며 북한을 탈출해 조국으로 돌아온 생존자는 이제 12명에 불과하다. 더 늦기 전에 참전용사의 희생을 깎아내리는 등급제를 고치고 전담 기구를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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