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선관위 채용비리 국정조사 추진
소쿠리 선거 이후 능력 이어 도덕성 의혹까지
대법관이 위원장 맡는 관례에 대한 의문 제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도덕성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소쿠리 선거 논란을 겪으며 선거관리 운영 능력에 대해 의문이 커진데 이어 채용비리 의혹까지 터지면서다. 국회 국정조사에서부터 감사원 감사, 권익위원회 조사가 추진되는 등 사면초가 상황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관위는 채용비리 의혹과 국정조사 등이 검토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채용과 관련된 문제가 계속 드러나고 있고, 북한 해킹 문제도 전혀 감사에 응하지 않는 등 간과하기에는 심각할 정도"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기관의 전체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채용비리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국정조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선관위가) 다시 국민 신뢰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 강구할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논의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과 권익위도 각각 칼을 빼 들고 선관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선관위는 전날 공개한 자체 특별감사 결과 박찬진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제주 선관위 전 상임위원,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 등이 자녀의 채용 및 승진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경찰 또는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놓고서 검토 작업중이다. 이들의 채용비리 의혹은 대체로 경력직 채용과 승진 등 과정에서 불거졌다. 송 전 사무차장의 경우 직접 자신의 자녀가 채용에 응시했음을 알렸고, 박 전 사무총장의 경우 전결권자로서 결제를 회피했어야 했음에도 결제를 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또한 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시도를 받았음에도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 등을 정치적 논란 등 이유로 거부했다 논란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선거 운영 자체의 문제로 인해 노정희 전 선관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하기도 했다. 노 전 위원장은 지난해 4월18일 전체 선관위 회의에서 "대선에서의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퇴했다. 당시 선관위는 코로나19 격리자 등이 폭증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한 대비 없이 임시 기표소 형태의 투표방식을 사전투표로 적용해, 최악의 부실 운영 기록을 남겼다. 논란 당시에도 선관위는 혁신위를 통해 감사조직 독립과 감사관 직급 상향을 통해 내부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자체 혁신방안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다시금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김대환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는 그동안 우리 헌법 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선도적으로 잘 발전시킨 제도로 제 3세계 등에도 선거 관리 기술 등을 전수해왔는데, 선관위가 너무 잘해옴에 따라 관심을 안 가지면서 물이 고여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아왔던 관행에 대해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헌법은 선관위원 가운데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가 법적 내용이 많고 선거 소송을 대법원에서 하다 보니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게 관행이었던 거 같다"면서 "이제라도 호선을 하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맞다.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세워진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선관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 3명은 국회,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게 되어 있다"면서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지명한 사람의 경우 정치적 영향력에서 덜 자유로울 수 있는데 반해 대법원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봤기 때문에 대법관을 선관위원장으로 호선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중앙선관위의 경우 실질적 행정은 선관위원장이 아닌 상임위원이나 사무총장이 맡는 구조라서 위원장이 이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대법관을 호선해왔던 나름의 취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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