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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BBK 늪의 이불킥…전설의 ‘주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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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동영상 수습하던 나경원, 주어 논란
BBK에 푹 빠진 대선정국, 오판의 결말
MB 500만표 넘는 격차로 대통령 당선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BBK 늪의 이불킥…전설의 ‘주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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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전장 위에 몰입하다 보면 훗날 되돌리고 싶은 장면이 탄생한다. 정치인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불명예의 수식어. 이른바 ‘이불 킥’을 하고 싶은 그런 에피소드다.


정치인 나경원에는 이른바 ‘주어 없다’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벌써 16년이나 지난 사건이지만 지금도 전설처럼 그날의 얘기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놓고 “주어가 빠졌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다시 나경원 사건이 소환됐다.

2007년 12월 대선, 역대 가장 뜨거웠지만 가장 싱거웠던 승부의 절정에 이르던 바로 그날이다. 2007년 대선은 BBK로 시작해 BBK로 끝난 선거였다.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계열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 쪽에서는 BBK 의혹을 파헤치면 대선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가 실소유주임이 밝혀지면 여론의 흐름은 뒤바뀔 것이란 생각. 결국 착각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대선을 앞두고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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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쪽에서는 BBK 방어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다.

2007년 12월16일 “BBK 투자자문회사를 금년(2000년) 1월 설립했다”는 MB 동영상이 공개됐다. 대통합민주신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거짓말이 탄로 났다”면서 MB 동영상을 대중에게 알렸다.


2000년 광운대 특강 동영상을 통해 MB가 직접 BBK 실소유주임을 시사하는 내용이 공개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12월19일 대선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이다. 대선 직전의 주말, 정치권의 모든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른바 한 방을 준비했다. BBK 정국은 이날 동영상 공개로 절정을 맞이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승기를 잡았다면서 화색이 면면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비상이 걸렸다. 그때 문제의 ‘주어 없다’ 논평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정치인 나경원.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12월17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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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K를 설립하였다’고만 언급되어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BBK 회사와도 사업상 같이 하기로 하였다는 뜻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라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의 사실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른바 ‘주어 없다’ 논란의 바로 그 내용이다. MB가 직접 내가 설립했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 당시에도 논쟁이 뜨거웠던 사안이다.


그런 해명은 변명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논쟁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방어의 토대를 쌓을 수 있다. 나경원 대변인 논평은 대선 이틀을 앞두고 나왔다. 불과 이틀 후면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한다.


한나라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선택의 명분이 필요했다. “MB가 그동안 거짓말했다”는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자들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나경원 대변인의 논평 내용은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논쟁을 할 소재를 제공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착각은 대선을 앞두고 어떤 특정한 사안의 진실이 드러나면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국민은 2007년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BBK 진실을 알고 싶었지만, 그게 대선의 전부는 아니었다.


대선이라는 중요한 투표행위를 함에 있어 여러 판단 요소 중 하나에 불과했다.


또 하나 대통합민주신당의 오판은 대선 시기 상대 정당의 ‘대형 악재’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BBK가 MB의 정치적인 발목을 잡는 소재라는 것은 유권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설사 BBK 논쟁이 MB에게 불리하게 결론이 나더라도 그게 온전히 대통합민주신당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대선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 한나라당 지지층은 더 똘똘 뭉칠 수밖에 없고 이는 강력한 투표 참여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회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BBK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안을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2007년 12월17일 통과시켰다. 당시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대통합민주신당 주도로 이뤄진 결정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진실이 밝혀지면 MB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신분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오판이었다. 2007년 12월19일 대선은 역대 가장 싱거운 승부로 손꼽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BBK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1149만여표를 얻고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617만여표 득표에 그쳤다.


대통합민주신당은 500만표가 넘는 격차로 완패했다.


전설의 “주어 없다” 논란만큼이나 이불 킥이 필요한 장면은 BBK 사건 하나로 대선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오판 아닐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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