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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초파리의 뇌는 인공지능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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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케임브리지대 연구팀, 어린 초파리 뇌 지도 작성 성공
동물의 감각정보 처리 및 행동 결정 원리 확인 가능해져
AI연구 및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도움

과학자들이 초파리 뇌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해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뇌의 정보 처리 및 행동 결정 등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연구에 도움을 주고 치매와 같은 질병 극복에 필요한 뇌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양귀비씨보다 작은 초파리(학명 Drosophila melanogaster)의 뇌에 촘촘하게 들어찬 3016개의 뇌신경세포와 이를 연결하는 54만8000개의 시냅스(synapse)의 구조를 완벽하게 지도로 만들었다.

[과학을읽다]초파리의 뇌는 인공지능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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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에선 뇌 연구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작성됐다는 평가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르타 즐라티치 케임브리지대 뇌과학 교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 지도는 뇌가 어떤 과정을 통해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등 퇴행성 뇌 질환에서 (뇌세포의) 연결성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동물의 뇌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갯지렁이(Platynereis dumerilii), 멍게 유충(Ciona intestinalis) 등의 뇌 지도를 작성하는데 성공했었다. 초파리도 뇌 구조 연구에 적합한 모델로 여겨져왔다. 이미 유전자지도를 완성해 놓은 상태였고 투명한 몸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파리는 특히 학습ㆍ지형 탐색ㆍ냄새 맡기ㆍ행동 위험 및 이점 평가 등의 복잡하고 정교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뇌를 갖고 있다. 거기에 크기가 작아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세부적인 구조를 파악하기에 적합한 대상으로 여겨져왔다. 공동 저자 앨버트 카도나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980년대 예쁜꼬마선충의 뇌 연구에 참여했었는데, 그때의 기술로는 초파리 뇌 구조 연구가 불가능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나노미터 해상도의 전자 현미경을 동원해 태어난 지 6시간이 된 어린 초파리의 뇌를 분석했다. 1년 반 동안 뇌의 이미지를 촬영했고, 이후 몇 달씩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정확히 찾아내고 일일이 하나씩 확인했다. 이 결과 3016개의 신경세포 중 93%가 뇌의 반대편에 위치한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는 것이 드러났다. 나머지 짝이 없는 신경세포들의 대부분은 학습과 기억 중추에 관여하는 핵심 뇌세포인 케년 세포(Kenyon cells)들이었다.

연구팀은 이후 각 신경세포들의 연결 구조를 파악해 54만8000개의 시냅스들이 4가지 유형으로 그룹화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초파리의 뇌는 입력ㆍ출력을 연결하는 다양한 길이의 경로로 이뤄진 다층 구조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와 함께 뇌 신경세포간 네트워크에도 다층 구조들을 생략할 수 있는 단축 경로들이 존재했는데, 초파리가 제한된 숫자의 신경세포들에도 불구하고 빠른 계산을 할 수 있는 이유로 분석됐다. 초파리 뇌 신경세포의 41%가 반복 루프(loops)를 갖고 있어 상위 파트너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같은 단축 경로ㆍ반복 루프들은 인공지능(AI) 연구에 사용되는 최첨단 인공 신경망과 유사했다.


즐라디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1개 개체의 뇌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얻은 것이지만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추가 개체에 대한 연구는 물론 다른 종들의 뇌 구조 작성도 가능할 것"이라며 "머신러닝의 학습 속도를 더 빠르게 수행하도록 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앞으로 좀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신경세포가 있는 성인 초파리의 뇌 지도를 작성할 예정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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