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돈 장사 그만” 금감원 경고에 증권사 긴장
이복현 원장, 비공개 회의서 강한 주문
신용융자 이자율·예탁금 이용료율 등 논의
금융감독원이 '돈 장사' 논란을 부른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을 비롯해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등의 산정 기준에 칼을 들이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와 더불어 태스크포스(TF) 발족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감독당국의 압박 움직임에 긴장한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린 가운데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복현 주문에 즉각 화답한 증권사 CEO
9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지금 TF 구성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증권사가 많다 보니 모두 참여를 요청할 수는 없지만, 대·중·소로 분류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유석 금투협 회장 역시 "금감원 함께 TF를 발족해 업계(증권사)와 머리를 맞대 합리적인 산정 기준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대표성을 띠는 곳을 중심으로 TF 발족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달에 TF를 발족하더라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구성이 끝나면 킥오프 미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업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므로 이른 시간 안에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F 발족 스케줄과 상관없이 증권사들이 먼저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하는 등의 조치를 주목할 필요 있다고 귀띔했다. 증권사들이 스스로 개선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눈치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지난 2일 이복현 금감원장과의 간담회를 의식해 신용융자 이자율을 줄줄이 내렸다. TF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요 증권사들의 자발적인 인하 조치로 신용융자 이자율 문제가 해소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날 증권사 CEO와 가진 비공개 회담 자리에서도 이 원장이 신용융자 이자율 문제를 지적하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대폭 인하를 약속했고, 다른 증권사 대표들 역시 인하 이행 의지를 피력했다. 이 원장은 예탁금 이용료율 관행 논의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증권사 대표들은 그의 주문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금감원과 금투협은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기준 개선, 통일된 공시 기준 마련, 이용료 점검 주기 설정, 공식 서식 마련 △주식대여 수수료율: 증권사별, 투자자 유형별 수수료율 공시 방안 검토 △신용융자 이자율: 금리 인하와 역행하는 문제 점검, 공시 강화 등 방안 등을 TF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선제적으로 내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예탁금 이용료율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탁금 이용료란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탁하면서 발생한 이자수익을 말한다. 예탁금은 고객들이 돈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축 강제성이 없는 은행의 입출금예금(요구불예금) 통장과 성격이 같다. 입출금, 대금결제 등에 사용되는 용도로 은행의 입출금예금 통장 자체도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증권사의 예탁금 금리는 이보다도 한참 낮게 형성돼 있다. 1금융권 인터넷 은행의 경우 입출금 통장 금리로 금액에 따라 2~3%대를 제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이보다 높은 최대 연 5%의 이자율을 제공 중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올 초 일부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에 나섰지만, 금리가 낮았던 때 증권사가 지급했던 0.1~0.3% 수준의 이자율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고객 예탁금으로 증권사들 4년간 2조4670억원 수익
예탁금 이용료는 보통 3개월마다 지급한다. 지급 이자율과 최소 금액 기준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예탁금 100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예탁금 이용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투자증권으로 1.05%가 적용되고 있다. 1만500원에 15.4%의 세금을 제외한 8000원가량의 돈이 고객에게 돌아가는 이자다. 토스증권(1%)과 KB증권(1.03%)도 1%대 이자율을 지급하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0.75%), 다올투자증권(0.55%), NH투자증권(0.5%), BNK투자증권(0.4%), 한화투자증권(0.4%), 교보증권(0.4%), SK증권(0.4%) 순이다. 신영증권은 최소 금액이 50만원 미만인 고객에게도 0.1%의 예탁금 이자율을 지급하고 있다. 양정숙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4년간 고객이 맡긴 예탁금으로 2조467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기간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원에 불과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연 10%에 육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이 돈 장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예탁금 이용료율이 투자자 권익 보호와 동떨어져 있다는 금감원장의 지적에 주요 증권사 중심으로 반응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카카오페이종합계좌를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6월까지 최대 연 5% 수준의 예탁금 이자를 매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소금액 기준도 30만원으로 제시했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예탁금 이용료율 재산정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금리 수준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을 해나갈 방침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증권금융에서 주는 이자에 따라 금액이 산정되기 때문에 증권사 나홀로 이용료율을 큰 폭 인상하지는 못하지만, 같은 성격의 상품과 비교했을 때 이용료율이 너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주요 증권사 대표들도 금감원의 의견에 공감하며 자율적으로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이자·수수료율 산정의 적정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는데,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과 신용융자 이자율을 산정하면서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 변동을 반영하지 않거나, 주식대여 수수료율을 공시하지 않는 등 투자자 보호가 취약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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