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9일간 전당대회 여정
후보간 이전투구로 지지층도 분열
마지막날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야

"전당대회가 축제 분위기로 끝날 수 있도록 저희 선관위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29일 유흥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임명되며 공언한 말이다. 유 위원장을 비롯해 후보들과 당 지도부는 이번 전대를 '축제'에 비유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달 13일 제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부터 방송토론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후보들이 입을 떼는 순간 축제는 막을 내리고 '비난의 장'이 열렸다.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비전 없는 비난전은 격화됐다. 안철수 후보는 부산·울산·경남 연설회에서 김기현 후보를 겨냥해 "자기 비전 하나 없이 어딘가에 기대고 얹혀가려는 후보"라고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은 후보라는 비아냥이다. 김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울산 땅'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후보에게 "그런 정도의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3년 전 우리가 총선에서 참패를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황 후보는 대전에서 안 후보를 향해 "뻐꾸기 후보다. 만드는 당마다 다 망가졌다"고 조롱했다. 천하람 후보는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들을 "간신배"라고 했다.


이런 과열된 분위기는 고스란히 당원에게 옮겨갔다. 합동연설회장 곳곳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후보의 이름을 적고 "돌핵관들이 당선되면 이준석 100명이 나옵니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일부 손피켓에는 '천찍XX, 허XXX 사과하고 사퇴하라'는 비속어도 적혀있다. 마지막 연설회가 열린 경기 고양체육관에서는 후보자의 연설 중 "내려가라" "꺼져라" 등 야유가 쏟아졌다. 후보의 연설이 끝나면 지지 당원들이 썰물처럼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은 연설회마다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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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원 투표율은 이미 50%를 훌쩍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당초 50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 킨텍스로 장소가 변경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윤 대통령도 전당대회를 찾는다. 새 지도부를 뽑는 마지막 여정은 낯 뜨거운 플래카드와 야유 대신 성숙한 시민의식이 깃든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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