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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도시화와 공동체의 반비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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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도시화와 공동체의 반비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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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급속한 몰락을 전망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나라를 지켜내자 비결에 대한 수많은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자신들의 땅과 공동체를 끝까지 지키려는 강한 의지가 이들의 원동력이라는 BBC의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유럽 여행의 대상은 주로 오래된 도시다. 하지만 유럽에는 도시만 있는 게 아니다. 동유럽 국가의 경우 농촌 인구가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우크라이나는 31%에 이른다. 서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20% 안팎, 미국과 캐나다도 비슷하다.

BBC 분석은 농촌과 공동체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농촌은 인구 밀도는 낮지만, 사람과 땅의 밀착도가 매우 강하다.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오랫동안 살면서 이웃과 함께 이룬 공동체는 대단히 끈끈하다. 농촌 인구가 전체 인구의 과반까지는 아니어도 이들이 형성하는 ‘크리티컬 매스(criticalmass)’는 사회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도시는 인구 밀도는 높지만, 주로 직장과 사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웃과의 관계, 즉 공동체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공동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리적인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참여하고 필요가 사라지면 관계 역시 종료한다.


한국 농촌 인구 비중은 18.6%다. 도시와 공동체라는 키워드로 한국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10년 전국적으로 유행한 도시재생 키워드 중 하나가 공동체였다. 많은 사업이 도시의 오래된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유지 및 복원을 지향했다. 하지만 대부분 도시 공동체는 이미 약해져 있었고, 이웃과의 관계는 대단히 느슨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던 도시재생 사업은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도시화는 매우 급속하게 전개되었다. 도시화에 걸린 시간은 불과 20년 남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970년대 41%였던 도시화 비율은 1990년대 이르러 무려 74%로 급증했다. 농촌에 뿌리를 둔 이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공동체 의식을 구현하려던 때도 있었으나 생활 기반이 달라지면서 점차 이런 모습은 사라졌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도시인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50대 미만 인구 중 농촌지역의 강력한 공동체를 경험한 이들은 매우 적다. 이런 이들에게 농촌은 얼핏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강력한 공동체 안에 사는 이들의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러시아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가는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의 원동력 역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도시화한 한국인들에게는 공동체보다는 네트워크가 훨씬 중요하다. 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웃과 느슨한 관계조차 부담스럽고, 공동체는 심지어 두렵기까지 하다.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도 하지만 인생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느슨한 관계가 대부분이며, 깊은 관계를 원한다 해도 쉽지 않다. 이들 역시 간혹 이상적인 공동체에 대한 낭만적 욕망을 품기도 하지만, 그런 공동체가 과연 2023년 도시화한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꿈일까? 그렇다면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함께’라는 의미는 이제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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