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보다 더 떨어진 '원화'…한미 금리차 괜찮나
원화, 주요국 중 달러 대비 하락폭 가장 커
美긴축 지속 우려에 원·달러 환율 급등세
한미 금리격차 더 벌어질 전망…한은 '고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이달 들어서만 7% 가까이 하락했다.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를 포함해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절하폭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앞으로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한미 금리격차 확대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2원 오른 1323.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315.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다가 장중 132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고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8일 1323.3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2일 1216.4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4주도 안돼 100원 이상 급등했다.
원화는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도 가파른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이날 오후까지 6.89% 떨어져 절하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루블화는 -6.65%, 일본 엔화 -4.53%, 영국 파운드화 -3.23%, 유로화 -3.08%, 중국 위안화 -3.04%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로 봐도 원화는 1.96% 떨어져 주요국 중에선 가장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미국의 물가 충격이 이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지만, 원화 약세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쌓이는 상황에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과거와 같이 큰 도움이 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와 달러 대비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한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리오프닝은 대중 수출 회복과 중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 등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최근 중국이 투자재가 아닌 소비재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재고 누증과 대외수요 부진 조짐도 보여 국내 성장 제고효과가 과거 평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와 높은 동조성을 보이는 위안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 현상과 금통위 금리 동결 등이 원화 약세 기대감을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었을 때처럼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 수입업체의 추격 매수와 수출업체의 관망세로 쏠림 현상이 커지며 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에도 글로벌 달러화 강세 기조 속에 원화가치가 주요국에 비해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에는 환율이란 변수가 들어와 금융시장이 흔들렸다"며 "(그래서)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고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 몰렸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한은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일단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한 뒤 금리인상 파급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Fed는 올해 6월까지 기준금리를 5.25~5.5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금리가 6%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격차의 적정 수준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서 환율이나 자금유출 압박이 커지면 금리인상 카드를 검토할 수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Fed가 올해 말까지는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 금리차가 1.75~2%포인트까지 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버티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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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경기 둔화 상황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는 것도 힘든 상황인 것은 맞다"며 "당장은 외환보유액이나 사후적인 처방을 통해 버티면서 미국에서 물가나 실업률, 고용률 등 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것을 기대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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