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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한국판 '인공태양', 하마일까 거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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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실증로 기본 개념 확정
성공 불확실 속 '계산서' 본격화
값 싼 청정 무공해 미래 에너지원
막대한 예산 투입 예정, '기대 반 우려 반'

"예산 먹는 하마일까, 황금알 낳는 거위일까?"


한국의 ‘인공태양’ 연구가 본격적으로 계산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태양에서 이뤄지고 있는 핵융합 연쇄반응을 지구상에서 재현,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미 2008년 약 4000억원이 투입된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완공돼 섭씨 1억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 유지ㆍ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7개국이 연합해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로(ITER)가 완공돼 핵융합 연쇄반응 실험이 성공하면 곧바로 실증로 건설 등 실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3일 오후 국가핵융합위원회를 열어 ‘전력생산 실증로 기본 개념’도 확정했다. 2050년대 500MW급 실증로를 건설하기로 하고 필요한 원천 기술 개발 등에 착수한다는 내용이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 원장은 전날인 22일 기자들에게 KSTAR를 공개한 자리에서 "골든 타임이 길지 않다. (ITER의 핵융합 연쇄 반응 실험이 실시되는) 2035년까지는 12~3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성공할 경우 실증을 위한 설계 단계로 곧바로 넘어가야 하며,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판 '인공태양'인 초천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자료사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판 '인공태양'인 초천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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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에너지 개발의 의의는 충분히 이해된다. 핵분열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 등 오염 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리튬, 중수소, 삼중수소 등 대부분의 연료도 이론적으로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싼값에 안전한 무공해 에너지를 무한 생산해낸다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과제 실현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청구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KSTAR 건설에 4000억원, ITER 건설 분담금에 약 8000~9000억원 이상 지출했다. 앞으로 기본 개념·원천 기술 개발에 수천~수조 원이 들어간다. ITER의 핵융합 연쇄반응 실험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실증로 개발에 수조 원의 돈이 또 들어간다. 국민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모 아니면 도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지난 22일 대덕 연구단지 내 KSTAR 현장 방문에서도 이런 이중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본 KSTAR는 웅장했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ㆍ이해 불가의 고난도 기술들이 복잡한 설비를 통해 구현돼 섭씨 1억도의 플라즈마를 만들어 낸다. 특히나 KSTAR는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온 온도 섭씨 1억도 이상 운영 시간 기록을 스스로 깨가면서 장차 본격화될 핵융합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첨단 분야에서 한국이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니, 미래 친환경ㆍ무공해 에너지 개발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혜택과 무한한 가능성에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어두운 감정도 존재했다. 현장에서 만난 KFE의 한 관계자도 "30년 전에도 ‘30년 후 상용화’를 얘기했는데, 지금도 ‘30년 후’라고 하니 ‘너희들 사기꾼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다"고 토로했다.


물론 핵융합과 같은 기초원천기술 연구는 꼭 성공하지 않아도 투자해야 한다. 앞선 나라들이 먼저 가도 좋다. 그 기술을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스스로 연구해 지식 기반ㆍ인력을 양성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기대감 속에 불안ㆍ우려가 겹친 한국판 인공태양, 그 결과는 알 수가 없다. 과학자들의 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독려, 국민들의 관심만이 그들을 도울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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