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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빨래는 치료활동” 주장한 병원… 法 “권리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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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훈련' 명목으로 환자에게 청소 등을 시킨 병원에 대해 법원이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 병원 측이 “‘부당한 노동 부과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A 병원) 패소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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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의존증 치료 전문인 A 병원의 한 입원환자는 2020년 5월 “병원이 부당한 격리와 강제 주사투여, 청소, 휴대전화 소지·사용 제한 등 인권침해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2020년 8월 병원 측에 “청소와 배식, 세탁 등 노동을 환자에게 부과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휴대전화 소지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치료 목적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부당한 격리와 강제 주사투여 등에 대한 진정은 기각했다.


A 병원 측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선 “(의료법 등) 관련 법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재활치료 작업으로 청소 등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없다”며 “환자들의 동의 및 신청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의 1.7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고 합법적인 작업치료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인권위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청소 등을 환자에게 부과한 것은 헌법 제10조에 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내지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의사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갖지만, 그 선택은 임의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법령에서 규정한 행위 준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진료행위의 시행 여부에 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질환 입원치료는 입원 일수가 길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될 우려가 큰 만큼, 관련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정신건강 증진시설에서 편의에 따라 작업 내지 노동을 부과해 노동착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입원 환자에 대한 노동 또는 작업 부과에 관한 요건과 절차는 엄격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병원 청소는 입원환자들이 진료 계약에 따라 당연히 제공돼야 하는 것인데, (이 사건) 노동에 대한 대가는 소수의 직업재활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만 지급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관리와 음주 갈망감 극복, 대인관계의 기술 향상 및 책임감 함양을 위해 청소 등 작업치료를 실시했다’는 병원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막연하고 부수한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목적이 청소 등 작업요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된다고 볼 별다른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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