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지난 5년간 산모 사망 감소세 정체"
2020년 하루 800명, 2분마다 1명씩 사망
2030년 감축 목표 달성 '사실상 물 건너가'
'하루 800명, 2분마다 1명 사망'. 전쟁이나 코로나19 같은 질병, 또는 대규모 재난 얘기가 아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임신, 출산 과정에서 사망하는 산모들의 숫자다. 전 세계 각국이 줄이려 노력 중이지만 최근 들어 전쟁, 난민, 전염병 등 외부적인 상황으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UN)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부터 2020년 사이 전세계에서 발생한 산모 사망 현황을 조사해보니 이런 경향을 보인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2분마다 1명의 여성이 임신ㆍ출산 과정에서 사망했다. 하루에 약 800명이 죽는 셈이다. 10만명 출생당 223명의 산모가 사망했다.
이는 유엔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목표인 10만명 출생당 7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마리 넬 웨그너 미국 비영리기구 '브린들 재단' 대표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 목표를 설정했던 2016년까지만 해도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분명히 진전은 있었다. 2000년 대비 33% 감소했다. 2020년 임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약 28만7000명인데, 2000년 44만6000명에 비하면 대폭 준 수치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난 20년간 산모 사망 수자가 상당히 감소했다. 전 세계의 10만명 출생당 산모 사망자 수는 2000년 300명대 초반에서 2020년엔 200명대 초반으로 100명 넘게 줄어들었다. 한국도 2000년 16명에서 2020년 8명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2000년 약 58만6000명이 출생할 때 91명의 산모가 사망했는데, 2020년에는 약 29만4000명 출생ㆍ24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유엔이 10만명 출생당 70명 사망으로 목표를 설정한 2016년 이후 오히려 교착 상태에 빠졌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산모 사망률은 연평균 3% 이상 감소세를 보여왔다. 이후엔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2030년까지 목표를 이루려면 연평균 12%씩 줄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미국, 그리스, 사이프러스 등 8개국은 2000년 이후 오히려 산모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역적 불균등도 심각하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차드, 나이지리아, 남수단 등 사하라 사막 이남 분쟁 지역에서는 100명 출생당 최소한 1명의 산모가 사망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같은 국가 내에서도 경제적ㆍ사회적 상황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인도의 경우 2020년 산모 사망자 수 2만3800명 중 60% 이상이 가난한 주에 사는 여성이었다. 인도 북부의 농촌 및 부족 지역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높았다.
산모 사망에는 과다 출혈부터 낙태 수술 중 감염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수입, 인종, 민족성 등 다양한 요인도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대부분이 미리 예방할 수 있지만 사실상 무시되면서 여성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예컨대 네발에서는 임신부들이 정기 검진을 가지 않고, 보험에 되지 않아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도로 교통도 엉망이어서 의료 시설에 접근하기조차 어렵고, 병원에 간다고 해도 원하는 치료를 받기가 힘들다.
최근 몇 년 새엔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대규모 난민, 기후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외적인 상황들이 겹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웨그너 대표는 "전 세계적인 산모 사망 감소 추세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고 충격적"이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 이후 의료 시스템이 하중을 받고 국가 간 격차가 심화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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