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나치 독일 침공에 심화된 인구절벽
90년대 낮아진 출산율, 우크라戰이 더 낮춰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1주년을 맞으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러시아가 언제까지 이 전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당국들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러시아가 무기와 군수물자 보급문제 이전에 병력유지부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 문제와 맞닿아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하는 것을 의미하는 인구절벽 현상이 이미 심각한 러시아가 청장년층 남성 상당수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게 되면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인구절벽 문제의 기원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까지 올라간다. 당시 나치 독일의 대대적인 침공을 받은 소련은 1억명 남짓했던 인구 중 무려 2000만명 이상이 전쟁에서 사망했다. 전후 러시아의 남성 수는 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고, 이때 발생한 막대한 인적 공백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게 됐다.
전후 여러 인구부양책에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던 러시아의 인구 증가세는 1991년 옛 소련 붕괴로 다시 꺾이기 시작한다. 10년 이상 이어진 정치·경제적 대혼란에 빠지면서 출산율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 인구에서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사이 태어난 사람들의 수가 가장 적은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러시아의 합계 출산율은 1.50명으로 미국(1.64명), 영국(1.56), 독일(1.53) 등 서방국가들보다도 낮게 집계됐다. 경제발전과 저출산 기조에 따라 출산율이 급감한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먼저 인구부족 문제에 봉착하게 됐던 셈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뜩이나 심각한 상황이던 러시아의 인구절벽 문제를 한층 가파르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러시아군에서 13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 9월 발표한 부분동원령으로 예비역 남성 30만명이 추가 징집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징집을 피해 타국으로 도주한 남성도 50만명에 이른다. 거의 100만명 가까운 성인남성이 하루아침에 생산현장에서 증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정부조차 이미 올해 러시아의 출산율이 기존보다 12~ 17%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동원 가능한 남성의 숫자가 2500만명이라고 하지만 이들 중 추가로 또 징집이 이뤄지면 이젠 군수물자 생산공장조차 돌리기 어려워질 형편이라고 한다.
물론 러시아보다 인구가 적은 우크라이나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전쟁 전 4400만명이던 인구는 이미 전쟁 사상자, 국외 탈출 등 순유출로 2700만명 정도로 줄어들었고, 현재 50만명 이상을 징집해 가까스로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계속 전쟁이 지속됐다가는 여성들까지 모두 최전선에 참전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 그 어떤 자원보다 중요한 이 ‘인적자원’이 먼저 고갈되는 쪽이 총을 내려놓고 협상테이블을 스스로 열 것으로 전망된다. 너무 많은 사상자를 내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수준의 인구절벽이 발생한다면, 어느 쪽이 이기든 상처뿐인 승리로 끝날 것을 두 나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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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전쟁에서 한 발 떨어진 국가들에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단순히 중장기적인 경제·사회적 위축 문제가 아닌, 당장 눈앞의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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